문화
가을 뮤지컬 키워드는 `브로맨스`
입력 2016-09-01 16:27  | 수정 2016-09-01 17:08
뮤지컬 ‘그날들’

‘잘생기면 다 오빠.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중생이 한 문장으로 아저씨, 삼촌, 오빠를 완벽하게 구분해냈다. 이에 따르면 가을 뮤지컬계는 ‘오빠들의 향연이다. 연말에 앞서 출사표를 던진 뮤지컬 모두 매력적인 남성들이 이끈다. 브라더(Brother)와 로맨스(Romance)가 결합한 ‘브로맨스(Bromance). 남자들 간의 우정이나 동료애 등을 의미하는 이 신조어는 올 가을에도 유효하다.
브로맨스의 첫째 조건은 남성들이 반드시 매력적이어야 하며 한다는 것. 창작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9월3일~10월29일)야 말로 이런 브로맨스의 정의에 딱 들어맞는 작품이다.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각색한 작품으로 뮤지컬계의 블루칩 김준수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남자 도리안으로 분한다. 도리안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핸리 워튼은 뛰어난 언변으로 그를 타락으로 이끌고 그 과정에서 작품은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핸리 워튼 역에도 뮤지컬게의 대표 미남 박은태가 캐스팅 됐다.
올 가을 첫 선보이는 또 다른 창작 뮤지컬 ‘곤 투모로우(9월13일~10월 23일) 역시 조선 최초의 혁명가로 그려지는 김옥균과 그를 암살해야 하는 홍종우, 두 남자의 우정과 갈등을 담았다. 개화기 조선시대 암살자와 표적이자 시대적 아픔을 함께 견뎌내는 동지로 만난 두 남자의 관계가 작품의 핵심이다. 이번에 세 번째 무대에 오르는 창작 뮤지컬 ‘그날들(8월 25일~11월3일) 역시 사격선수 출신의 대통령 경호실 정학과 그의 동기 무영이 주인공이다. 무뚝뚝한 정학과 위트 있는 무영, 두 남성의 호흡이 20년 전 과거에 일어난 미스터리를 파헤치며 극을 이끌어간다.
해외 라이선스 작품도 남성들의 관계가 극의 중심축이다. 여름에 이어 올 가을까지 무대에 오르는 체코 뮤지컬 ‘잭 더 리퍼(7월 15일~10월 9일)는 오로지 사람을 살리겠다는 신념의 소유자 의사 다니엘과 그에게 집착하며 타락시키려 하는 살인마 잭의 관계가 돋보인다. CJ E&M이 2014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선보이는 ‘킹키부츠(9월 2일~11월 13일)역시 아름다운 남자 드래그 퀸 롤라를 만나면서 주인공 찰리가 망해가는 구두공장의 재기를 위한 용기를 얻는다는 내용이다. 찰리와 롤라 두 남자가 우정으로 편견과 억압에 맞서 성공을 쟁취한다.

이런 ‘브로맨스 트렌드는 올 여름 ‘위키드가 보여준 착한마녀 글린다와 초록마녀 엘파바의 ‘시로맨스(Siromance :여성 간의 우정)와 ‘42 번가가 보여준 신데렐라 스토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비극적인 사랑, ‘스위니 토드의 복수와 생계를 위해 협력하는 러빗부인과 토드 커플과 비교해 보면 확연하다.
제작사들도 이들을 홍보하는데 ‘브로맨스란 단어를 앞세운다. 상대적으로 여성관객이 많은 공연문화계에서 대표 흥행공식이기 때문이다. ‘도리안 그레이의 경우 여성 예매율이 92.3% ‘곤 투모로우의 경우에도 97.6%에 달해 실제 이를 증명한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형 뮤지컬 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브로맨스는 흥행보증 티켓 중 하나지만 이렇게 특정 관계층을 노리는 작품들이 한 꺼 번에 오를 경우 제살 깎아먹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조용신 평론가는 대중문화 전반에 트렌드로 자리잡은 브로맨스가 뮤지컬계에도 자연스레 스며든 것”이라며 다만, 유행이라고 한 쪽으로 치중되기보다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게 관객들에게도 공연계에도 긍정적이다”고 조언했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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