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tvN 드라마 '굿와이프'를 연출한 이정효 PD는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을 캐스팅한 것을 '행운'이라고 했다. 전도연과 함께 유지태, 윤계상, 김서형 등이 이끌었던 '굿와이프'는 모순이 겹친 현실적인 어른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26일 만난 윤계상은 마지막 촬영을 끝낸 직후 여운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배우들에게 느꼈던 감탄을 쏟아냈다.
"전도연 선배님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배우와 케미(좋은 호흡)를 붙일 수 있는 거죠. 연기를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감정이 너무 디테일해서 심취가 될 정도였죠. 연기하는 거 같지 않았어요. 대사가 존재하는 연기는 패턴일 수 밖에 없어 대부분 수가 보이죠. 전도연은 수가 안 보였어요."
전도연은 검사인 남편 이태준(유지태 분)이 성스캔들로 휘말리면서 15년 만에 변호사로 나선 김혜경을 연기했다. 그는 올곧은 정의를 쫓다가 법정의 냉혹함을 깨닫고, 누구보다 법정 속의 승리를 위해 싸웠다. 윤계상은 김혜경의 조력자이자, 뒤늦게 서로를 향한 사랑을 깨닫는 서중원을 맡았다.
"전도연은 현장에서 정말 열심히 해요. 남자 배우들이 찾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작품을 하기 전에 '전도연과 연기하는 게 영광이다'라는 말을 듣고, 얼마나 대단하겠느냐고 생각했죠. 함께 촬영할수록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전도연이 약해 보이는 캐릭터를 약해 보이지 않게 표현하고, 남녀 배우가 동등하게 서있는 것을 구축하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윤계상은 전도연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라이벌인 유지태와도 작품 속에서 각을 세웠다. 김혜경을 사이에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던 두 남자는 결국에는 전도연과 김혜경을 무대 중앙에 세우는 역할을 했다. 유지태에게는 '쓰랑꾼(품성은 쓰레기 같지만 마음이 뜨거운 사랑꾼이라는 뜻의 신조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쓰랑꾼'이라는 단어는 유지태의 작품이죠. 배우로서 진심을 버리지 않는 훌륭한 배우예요. 저는 작품 속에서 김혜경의 자극제가 됐죠. 서중원은 김혜경의 시작 포인트를 준 인물이에요. 김혜경이 정말 변할 수 있도록 약을 준 건 이태준이죠. '굿와이프' 속에서 배우들이 골고루 제 역할을 다 한 것 같아요."
'굿와이프' 엔딩신에서는 김혜경이 이태준과 '쇼윈도 부부'로 나서면서 변호사로 활동을 이어갔다. 윤계상은 마지막회를 앞둔 당시 "시청자를 의식한 엔딩이었지만, 마지막에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제작진이 고민했을 정도로 '굿와이프'는 '불륜' '한국에서의 여성의 역할' 등의 메시지를 던진 작품이었다.
"이태준과 법정 공방을 끝내고 엔딩신을 찍었죠. 온몸의 기운이 다 소진되더라고요. 전도연 누나는 끝나고 너무 많이 울었어요. 정이 많이 들었던 거 같아요. 배우들도 울컥했죠. 일단 좀 쉰 다음에 다음 작품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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