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대·삼성重, 비조선 부문서 불황 극복 답 찾나
입력 2016-08-29 18:03  | 수정 2016-08-29 18:13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선박 건조에서 파생된 비조선 사업으로 불황을 극복할 답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별도 기준 신규 수주액 49억2000만달러의 61.2%인 30억1200만달러를 엔진기계, 전기전자시스템, 건설기계, 그린에너지 등 비조선 분야에서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선박 운전·유지보수(O&M, Operating and Maintenance)와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선박을 지을 때 필요한 관련 분야를 사업화하고 책임 경영제를 도입했다. 선박 엔진을 외부에서 구입하는 다른 조선사들과 달리 현대중공업은 선박 엔진을 직접 만들기 위해 엔진기계 사업 부문을 설립했다. 또 선박의 전력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전기전자시스템 부문을, 조선소에서 선박 기자재를 옮길 중장비를 만들기 위해 건설장비사업 부문을 각각 만들었다.
엔진기계·전기전자시스템 부문은 1978년 현대중공업 단조공장으로 시작해 이듬해 현대엔진과 현대중전기로 각각 독립했다. 현대중공업은 1989년 현대엔진을, 1993년 현대중전기를 다시 흡수해 각각 엔진기계, 전기전자시스템 사업 부문으로 만들었다. 건설장비사업 부문은 1988년 국내에서 첫 제품을 시판에 나섰다. 그린에너지 사업 부문은 당시 주목받던 태양광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2011년 1월 신설됐다.

지난해부터 선박 애프터서비스(AS) 사업도 시작했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선박에 보수가 필요하면 현지로 기술자를 파견해 고쳐주고 비용을 받는 방식이다.
현대중공업은 각 사업 부문을 책임 경영제로 운영하면서 선박 건조를 보조하는 역할 외에 자체적 사업을 추진토록 했다. 각 사업 부문이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외부 매출을 내면서 조선업황이 나빠졌을 때 실적 악화를 막아주는 완충판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구조조정 일환으로 비조선 사업분야를 분사해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중이지만 조선과 밀접하게 연관된 부문은 분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분사가 논의 중인 사업 부문은 건설장비 부문 중 일부와 그린에너지 부문”이라며 엔진기계나 전기전자시스템은 분사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선박 건조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비조선 사업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선박의 운항과 유지·보수를 대행하는 O&M 분야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선박에 대한 영업에 나서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지난 19일 O&M 사업 진출을 발표하면서 그 동안 선박을 인도받은 선주들로부터 O&M 요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O&M 사업은 아직까지 아이디어 차원으로 어떤 방식으로 추진하게 될지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삼성중공업은 배를 실제로 건조하지 않고 설계와 관리만 하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사업도 구상 중이다. 지금까지 채산성이 맞지 않아 접근하지 않았던 선박을 수주해 삼성중공업이 설계하고 실제 건조는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동남아시아나 국내 중소형 조선사에 맡기는 방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조선사들이 본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의 규모와 비교해 AS·O&M 사업에서 취할 수 있는 수익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겠느냐”며 대형 조선사들은 아직 수주잔량이 남아있는 만큼 수주가뭄이 이어지는 데 조급해하기보다 본업에 대한 경쟁력을 키우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분사하지 않고 남겨두려는 엔진기계·전기전자시스템 부문은 넓게 보면 조선업에 포함된다”며 조선과 관련성이 낮은 사업 부문을 정리한 뒤 본업에 집중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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