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삼성전자, 비싼 값에도 자사주 매입 왜?
입력 2016-08-29 17:33  | 수정 2016-08-29 19:42
삼성전자가 주당 160만원을 웃도는 사상 최고가 수준에 오히려 자사주 매입을 늘리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하반기에도 견조한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자사주 매입을 통해 시장에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삼성전자 주가를 띄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와 미래에셋대우가 내놓은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 7월 29일부터 이달 26일까지 삼성전자가 매입한 자사주 규모(보통주 기준)는 모두 약 51만주(8126억원어치)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28일 내놓은 4차 자사주 매입 계획에 따라 오는 10월 말까지 3개월 동안 보통주 99만주·우선주 23만주를 사들이겠다고 공시했다. 이 가운데 첫 한 달 만에 보통주 물량의 절반 이상을 실제 매입한 것이다.
특히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간 시기에 자사주 매입 규모를 더욱 늘렸다. 삼성전자 주가가 전일 대비 4.73% 급등하며 167만원을 넘은 지난 19일 870억원어치 매입을 시작으로 이후 주당 165만원 이상을 유지했던 3거래일(22~24일) 동안 매일 1000억원 이상씩 자사주를 매입했다. 24일에는 모두 1114억원어치를 매입해 지난 2월 2일(당시 115만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자사주 매입단가도 지난해 말 1차 128만9000원에서 4차 159만2000원으로 급등한 상태다. 가격이 쌀수록 같은 돈으로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삼성전자의 고가 자사주 매입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견조한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주가 부양 및 방어를 위한 자사주 매입이라는 의견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오랜만의 실적 장세를 맞아 과거 주가 상승 후 반복됐던 매도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자체는 경영진이 시장과 소통하는 하나의 방법인데 투자자들이 비싸다고 여기는 160만원 선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면 여전히 저평가 구간이라는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매입 단가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자사주를 사들이는 것은 하반기 실적에도 자신이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자 증권사들은 3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평균 8조원 이상으로 수정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을 차익 실현으로 이용하는 외국인 때문에 상승장을 최대한 이용해 주가 상승의 땔감으로 이용했을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심상범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속도가 빨라지면서 차익 실현에 나서는 외국인 순매도 규모도 확대돼 삼성전자 주가는 오히려 약세를 나타냈다"며 "즉 자사주를 매입하는 처지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주식을 저렴하게 사들인 셈"이라고 말했다.
지배구조 개편 관점에서는 또 다른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향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손쉬운 계열사 간 합병을 위해서라도 시가총액을 더 높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피합병 기업의 시가총액이 합병 기업(삼성전자) 시가총액의 10% 이하일 경우 소규모 합병 요건으로 인정돼 주주총회 없이 합병 기업의 이사회 결의로 갈음할 수 있다. 원샷법 적용으로 시가총액 비중이 20%로 완화됐지만 정치권에서는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원샷법 적용을 배제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총 11조3000억원 규모의 특별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1~3차를 통해 보통주 563만주, 우선주 209만주 등 총 9조5000억원 규모 자사주가 매입·소각됐고 이번 4차 자사주 매입까지 끝나면 자사주 매입 계획이 마무리된다.
[한예경 기자 / 이용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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