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통시장에 부는 재건축 바람
입력 2016-08-29 17:07  | 수정 2016-08-29 19:28
# 서울지하철 9호선 공항시장역 앞 강서구 방화동 공항시장 일대. 현재 1~3층짜리 노후 점포와 주택들이 밀집돼 있지만 이르면 2018~2019년 지하 3층~지상 15층 6개동 전용면적 59~95㎡ 공동주택(264가구)과 전용면적 29~99㎡ 오피스텔(275실), 판매·문화시설 등으로 구성된 주상복합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조합은 다음달 2일 사업시행동의 총회를 연다.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는 오피스텔과 아파트가 새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에 재건축 바람이 불고 있다. 주차장, 지붕(아케이드), 화장실 등을 설치하는 시설 현대화가 아니라 전면 철거를 통해 아파트, 오피스텔, 상업시설 등으로 이뤄진 중·고층 주상복합단지를 새로 짓는 전통시장이 등장하고 있다. 대형마트 등장과 내수 불황 등의 여파로 전통시장이 침체되자 상인들이 재건축에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29일 서울시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366개 전통시장 중 지금까지 54곳이 재건축을 마쳤고 21곳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통시장 재건축(정비사업)은 전통시장 특별법에 따라 상업기반시설이 낡아 안전문제가 있거나 마트 등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 곳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저층의 낡은 상가가 많은 전통시장터에 10층 이상의 중·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방식이다. 일반 주상복합 개발은 상가 분양으로 수익을 내는 경우가 많지만 시장 재건축은 거꾸로 주택 분양으로 사업성을 높인다. 특별법에 따라 다른 사업지보다 용적률을 최대 400~450%까지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지하철 2·5호선 영등포구청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양평동 양남시장은 이달 중순 최고 12층 전용면적 20~58㎡ 90가구와 지하 1층~지상 2층 판매시설을 갖춘 주상복합아파트로 재건축하는 관리처분총회를 열었다. 지하에 4개층의 주차장 시설을 새로 갖추게 됐다. 조합원 몫을 제외한 62가구가 일반에 분양될 예정이다.

재건축 공사를 진행하는 동안 상인들은 영업이 불가능해 기존 상권이 사실상 사라지는 셈이어서 사업 완료 후 새 건물에서 상권을 형성하는 게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또 주상복합이 들어서면 그만큼 임대료가 오르는 가운데 원주민 상인의 재정착률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이 때문에 다소 폐쇄적인 형태의 건물보다 외국 도시처럼 개방적인 '광장형 전통시장' 재건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랜드마크인 마켓홀(Markthal)이 대표적이다. 롤케이크를 연상시키는 길이 120m, 높이 40m 아치형 주상복합건물로, 실내는 화려한 벽화를 배경으로 전통시장(점포 100실)을, 실외는 주택(228가구)이 각각 배치됐다. 건물 중앙 뻥 뚫린 공간에 시장이 새로 생기면서 2014년 10월 개장 이후 지역 상권이 되살아나고 하루 평균 2만여 명이 찾는 글로벌 관광 명소가 됐다.
네덜란드의 유명 건축사사무소인 MVRDV가 설계를 맡았는데 기존에 있던 학교를 이전시키는 등 설계부터 완공까지 10년이 걸렸다. 혁신적인 건축물을 통해 시장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서울시는 양남시장에 대해 광장형 재건축을 검토했다가 해당 지역의 사업이 막바지인 점을 감안해 막판에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한 남대문시장도 후보지로 거론된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지만 상인들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데다 기존 법 테두리에서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표적인 걸림돌로 판매시설 비율이 꼽힌다. 전통시장 재건축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신축 건물에는 무조건 3000㎡ 이상의 판매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사업 면적에 따라 판매시설 크기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중소기업청에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용적률 등의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변시설 개선 등이 같이 진행되는 게 효과가 클 것이라고 진단한다.
임채우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통시장 주변은 서울 시내라도 일반적으로 빌라나 다세대·다가구주택 등이 밀집돼 주거 편의성이 의외로 신도시 택지지구나 재건축 단지들보다 떨어질 염려가 있다"며 "최소 두 개동 이상으로 개발되고 주위에 교육과 교통시설 등이 있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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