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처방 60일 제한’이 우울증·자살 키워”
입력 2016-08-29 15:51 

더 심각한 조현병 약도 처방 제한이 없는데 환자가 1000만명이나 보편적인 질병인 우울증치료를 위한 항우울증제 처방을 60일로 제한하는 것이 말이 됩니까.”
뇌졸중·치매·파킨슨병·뇌전증 등 4대 신경계 질환 학회가 비정신과 전문의도 60일 이상 항우울제를 처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들 신경계 질환은 우울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항우울제 처방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제외한 의사의 항우울증제 처방이 60일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우울증 예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학회의 주장이다.
대한뇌전증학회·대한치매학회·대한뇌졸중학회·대한파킨슨병학회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항우울증제 처방제한 조치에 문제를 제기했다. 우울증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꼽은 주요 질환으로, 2020년에 질병부담 2위, 2030년에는 1위로 예측되고 있다. 김기웅 서울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확실한 우울증이 600만명에 달하는 등 대한민국은 이미 ‘우울증 1천만명 시대에 진입한 지 오래다. 자살1위 공화국이라는 오명과도 관련이 있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자살자는 1만4427명으로 하루40명 꼴이다. 심리적 부검결과 이들중 80%는 우울증을 앓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주요우울장애(심각한 우울증, major depressive disorder) 환자들의 70-80% 이상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우울장애 환자 치료율은 10명중 1명에 불과하다. 특히 4대 신경계 질환 환자의 우울장애 발생빈도는 약 45~55%로 매우 높다. 신경계 질환 환자들은 거동이 불편하고 인지장애·발작 등이 있는 경우가 많아, 약을 처방받기 위해 정신과 진료받는 것을 꺼린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행 의료보험 급여기준에 의해 부작용이 적고 안전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항우울제는 비정신과 의사가 60일 이상 처방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지난 2002년 3월 보건복지부가 오남용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관련 규정을 바꿨기 때문이다. 홍승봉 뇌전증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은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지, 정신병이 아니다. 치료가 가능한데도 방치되어 아까운 생명들이 하루 40명씩 자살하고 있다”며 4대 신경계질환 환자의 우울증이라도 주치의가 적극 치료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우울증은 1~2년간 꾸준히 약물치료를 해야 재발율을 낮출 수 있다. 1년 이내에 중단시 재발율은 50%가 넘고, 재발 횟수가 늘어날수록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 홍 회장은 정신과 의사는 전체 의사의 3%에 불과하고, 이들이 1년에 볼 수 있는 우울증 환자는 50만명”이라며 확실한 우울증 환자 600만명 중에 550만명이 방치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4개 학회가 공동으로 미국·프랑스·일본·인도 등 전 세계 20개 주요국가 현황을 알아본 결과, SSRI 항우울제 60일 처방을 제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이날 정책 토론회에는 일본과 홍콩 등 해외 의료진들도 참여해 이들 학회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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