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콘크리트 방파제 치웠더니…멸종위기 생물 살길 열려
입력 2016-08-29 09:24  | 수정 2016-08-29 13:41
【 앵커멘트 】
바닷가를 따라 설치된 콘크리트 방파제가 우리 인간들에게는 유용한 구조물일지 몰라도 주변 생태계에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콘크리트 옹벽을 제거하고 3년이 지난 태안 해변에는 새 생명이 움트고 있었습니다.
이무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도마뱀처럼 보이는 작은 동물들이 콘크리트 옹벽을 기어오릅니다.

오르다 미끄러지길 수차례, 안간힘을 써보지만 역부족입니다.

실패를 거듭하자 한 녀석은 돌아가면 길이 있을까 옹벽을 따라가 봅니다.

「멸종위기 2급 생물 표범장지뱀입니다」.


파도를 막으려고 만든 콘크리트 옹벽이지만 표범장지뱀을 포함한 해안 생물들에겐 오히려 해를 끼치고 있었던 겁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3년 전부터 옹벽 철거를 시작했습니다.

▶ 인터뷰 : 신대섭 / 국립공원관리공단 주임
- "해안 옹벽 철거에 대한 일부 주민의 반대가 있었지만,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 후 복원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콘크리트 벽을 무너뜨리고, 그 자리에는 대나무로 만든 지그재그 울타리를 세웠습니다.

이 울타리는 바닷물에 쓸려가는 모래를 움켜쥐는 역할을 하는 이른바 모래포집기.

3년 새 모래 두께는 5㎝ 이상 더 두터워졌고, 그 자리엔 갯벌에서 자라는 해홍나물, 갯그령 같은 이른바 염생식물이 군락을 이뤘습니다.

「 길을 잃고 헤매던 표범장지뱀 개체 수도 20%나 늘었습니다.」

▶ 인터뷰 : 박정원 / 국립공원관리공단 연구원
- "모래 퇴적물이 쌓이기 시작하면서 염생식물 분포 면적이 확대되고, 연쇄적으로 표범장지뱀의 개체 수도 많이 증가한 것으로…."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올해 1월 태안 해안의 보호지역 등급을 '경관보호지역'에서 '국립공원'으로 한 단계 올렸습니다.

기름띠로 뒤덮였던 태안 해변이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MBN뉴스 이무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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