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 줄어 대출총액 절반 `뚝`…가구당 부채는 되레 증가 우려
입력 2016-08-26 16:02  | 수정 2016-08-26 23:34
정부가 지난 25일 아파트 공급을 획기적으로 줄여 가계부채를 잡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경우 되레 가계부채의 질은 더 나빠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 총량은 감소할 수 있지만 공급 물량 감소에 따른 기존 아파트값과 분양가 상승으로 가구당 받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집단대출 포함)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급 감소에 따른 청약 과열과 국지적 가격 폭등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6일 매일경제신문이 정부가 발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택지 분양 주택 물량 감소에 따른 가계대출 변동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가계부채 총량은 감소하지만 가구당 가계빚은 분양가 상승에 따라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부는 LH 공공택지의 분양 주택 물량을 지난해 10만6000가구 규모에서 올해 4만9000가구로 절반 이상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당장 내년이나 후년부터 공공택지 분양 물량은 지난해나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분양 물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면 가계대출 총량은 획기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전용면적 85㎡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로 계산해보면 가계부채 총량은 15조3000억원에서 7조300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총량은 감소할지 몰라도 가구당 가계부채는 오히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물량 감축으로 인근 지역 집값은 물론 분양가가 덩달아 오르면서 가구별로 받아야 하는 대출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시뮬레이션 결과 대출 비율이 분양가의 50%인 전용 85㎡ 아파트의 분양가가 1000만원만 뛰어도 가구별로 지금보다 500만원 더 대출을 받아야 한다. 분양가가 2000만원 상승할 경우 가구당 대출은 1000만원 늘어나고 3000만원 상승하면 1500만원 대출을 더 받아야 한다. 물량 감축으로 가격이 올라 가구당 대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집값이 그만큼 오르기 때문에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다만 이 같은 지적이 맞는다면 올해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집값을 정부가 공급 감소 대책으로 다시 올리려고 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분양 물량 공급이 줄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대출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가계부채 질보다 양에만 초점을 맞춰 대책을 만들다 보니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 대책 발표 후 벌써 강남과 목동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조짐이 감지된다. 공공택지 분양 물량이 감소하면 서울에서는 재건축·재개발 단지 공급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지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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