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8월 25일 뉴스초점-주사기 감염, 방지책은?
입력 2016-08-25 20:40  | 수정 2016-08-25 20:58
포도당 주사·은행잎 주사·칵테일 주사.
혹 맞아보셨습니까.

비만은 물론, 피부와 피로회복 등에 좋다는 이 주사들은 무슨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듯, 남녀노소 모두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몰려드는 손님에 병원에선 약물과 희석액을 칵테일처럼 섞어 미리 준비를 해놓습니다. 그리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놓아주죠.

주사를 맞은 사람들은 모두 건강해졌을까요?

강원도 원주 한양 정형외과,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동작구의 구 서울현대의원. 그리고 충청도의 한 대학병원까지.

이 병원들의 공통점은 C형 간염 환자가 집단으로 발병했다는 겁니다.

C형 간염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감염되도 모르고 있다가 80%는 만성질환, 20%는 간경변으로까지 진행돼 심할 경우 사망하기도 합니다.


이런 치명적인 병이 집단으로 생긴 이유는 바로,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때문이었죠. 한 개 200원 정도 하는 주사기를 한 번 쓰고 버리기가 아까웠는지 여러 환자들에게 돌려가며 재사용한겁니다.

병을 치료하러 간 병원에서 병을 얻어오게 된 상황. 처벌은 어떻게 됐을까요?

원주 한양 정형외과에서 감염된 환자 115명은 보건복지부가 피해자를 우선 지원한 후에 책임자에게 비용을 청구하기로 했지만, 다나의원에서 감염된 95명의 피해자들은 다릅니다. 치료비를 본인들이 부담하고 의료분쟁 조정위원회에서 개인적으로 구제 신청을 하고 있습니다.

두 곳 모두 주사기 재사용이 원인이라 밝혀졌지만 보상방법도 다르고, 해당 병원에서 보상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더구나 서울 현대병원에선 5명의 의사가 번갈아가며 운영했기 때문에 감염의 원인도, 책임자도 찾아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혹, 찾아낸다 해도 자격정지 1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지요. 여긴 지금도 이름을 바꿔 계속 진료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에 통과된 의료법 개정안은 주사기 등 일회용 의료용품을 재사용한 의사에 대해 면허를 취소하거나 1년 이내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시행은 내년 2월부터고, 후속조치인 사법처리나 환자보상은 물론 역학조사 방법도 아직 명확하게 세워진 게 없습니다.

3년 전, 미국에선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 한 의사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습니다. 적어도 9명의 환자가 C형 간염에 걸렸고, 105명은 이 병원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요.

우린 수백명의 피해자가 나와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국가도 피해자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죠.

더구나 구 서울 현대의원은 지난 2월, 질병관리본부가 주사기 재사용 의심 신고를 받았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추가 피해가 발생한 겁니다. 그런데도 질본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있죠?

법과 행정이 이렇다면 결국 의료인의 양심에 달렸다는 건데, 단돈 2백 원이 아까워 주사기를 돌려쓰는 의사들에게 뭘 기대할 수 있을까요?

미국과 유럽 여러 나라의 의사협회는 의사들 스스로가 동료의 의료행위를 심사하고, 부정행위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대한의사협회가 있긴 하죠..
하지만 단순히 의사들의 권익 보호만 하고 있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의사 스스로의 양심은 못 믿고, 국가는 나 몰라라고 하고, 국민은 누굴 믿어야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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