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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구릉지 주거모델 만든다
입력 2016-08-25 17:12  | 수정 2016-08-26 11:40
구릉지 주거모델 개발방안이 제시된 서울 용산구 서계동 일대 전경. [한주형 기자]
서울시가 언덕길에 있는 노후 주택들을 개발하기 위해 '구릉지 주거지 모델'을 만든다. 오래된 단독·다세대주택을 전면 철거해 아파트를 짓는 대신 언덕 경관과 지형, 골목길, 계단길 등을 살리고 여러 개의 필지를 합쳐 개성 있는 빌라·다세대주택(상가주택)을 짓는 '구릉지 주거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아기자기한 주택들이 즐비한 프랑스 남부 등 유럽이나 경기 파주 헤이리마을과 같은 주거지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뉴타운·재개발 해제 지역 상당수가 언덕에 있는 노후 주택지여서 이번 구릉지 주거지 모델이 향후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2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서울역 도시재생지원센터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구릉지를 중심으로 한 서계동 개발모델 검토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역 주변은 크게 동·서측으로 나뉜다.
동측에는 서울스퀘어, 연세세브란스빌딩, 밀레니엄힐튼 등 상업용 빌딩이 들어섰지만 서측 서계동 일대는 1970~1980년대에 지어진 노후 주택이 밀집돼 있어 개발 불균형이 심각하다. 특히 구릉지는 서계동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핵심 지역인 데다 비탈진 경사가 특징이어서 서울시의 '구릉지 시범사업지'가 될 전망이다.

서계동 구릉지는 제1·2종 주거지역으로 구성된다. 4m 이상 도로에 접하지 않는 맹지와 면적 90㎡ 이하 과소 필지가 전체 면적 가운데 절반에 달한다. 이 때문에 필지 단위로 신축이 어렵고 주변 필지들을 여러 개 합친(합필) 크고 작은 공동 개발이 필수다. △필지 유지 △소규모 필지 합필 △블록형 필지 합필 등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소규모 필지 합필은 90~300㎡ 필지를 모아서 다세대주택을 새로 짓는 것이다. 가로변(street) 주택은 저층에 카페, 레스토랑, 편의점 등 다양한 근린시설을 넣고 위층에는 주거 공간을 마련하는 이른바 '상가주택'이 가능하다.
가장 큰 장점은 경사를 활용하면 지하 1~2층을 지상 1층처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용미 서울시 공공건축가는 "지하층은 용적률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땅의 높이 차이를 이용하면 용적률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4개 필지를 합친 대지면적 324㎡를 상가주택으로 신축할 경우 법적으로는 용적률 200%가 적용된 4층 건물이지만 지하 1층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는 용적률 240%인 5층 건물(연면적 775㎡)이 된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면 지하층이 묻혀 있어 지상 4개 층만 보이지만 밑에서 올려다보면 5개 층 모두가 지상이다. 이런 상가주택들이 하나둘씩 생기면 이태원 경리단길, 장진우골목 등 요즘 뜨고 있는 골목길 상권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게 서울시의 생각이다.
블록형 필지 합필은 660~1200㎡ 규모로 필지를 합쳐서 2~4개동의 단지형 다세대주택을 짓는 것을 뜻한다. 일종의 20~40여 가구 규모 '꼬마 타운하우스'다. 제1종 주거지역에 주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10개 필지를 합쳐 대지면적 1100㎡를 확보하면 최고 4층 4개동, 평균 전용면적 59㎡ 50가구 미만의 단지형 주택을 신축할 수 있다. 보행길은 물론 주차장과 커뮤니티시설이 생긴다. 김용미 공공건축가는 "필지 여건에 맞게 세 유형이 적절히 섞이는 형태로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모든 필지가 생활가로 또는 4m 도로에 접할 수 있도록 주택을 신축할 때 건축선을 1m가량 후퇴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주민들의 참여다. 서울시는 서계동 구릉지는 지형 고저차(高低差)가 30m에 달하고 대지 형태가 부정형인 데다 용적률이 150~160%대여서 사업성이 낮아 아파트를 짓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중림동이나 공덕동처럼 아파트 재개발을 선호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저렴하고 품질이 낮은 다세대주택촌(村)이 될까 염려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건축비 등 사업비가 걱정이지만 시는 주차장 설치 기준 완화만 검토할 뿐 다세대주택 층수 완화 등 추가적인 인센티브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서계동 P공인 관계자는 "2000년대 후반까지 서울역 역세권이라는 입지 여건이 부각되고 고층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기대감이 작용해 구릉지에 외지인들이 많이 투자했다"며 "아파트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계동 구릉지 다세대·단독주택은 2007년~2008년 3.3㎡당 5000만~6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이달 현재 3.3㎡당 3000만원 안팎으로 반토막 났다.
서울시는 연말까지 구릉지 개발을 포함한 서계동 지구단위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서울역과 가장 가까운 국립극단 일대는 서울역 고가공원과 연계해 호텔과 업무시설 등이 들어서는 '관광문화복합거점'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또 특별계획구역 지정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만리시장 일대는 시장을 리모델링하는 한편 지식산업센터와 봉제산업 앵커시설 등을 조성해 도심산업 활성화 거점으로 특화할 방침이다.
[임영신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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