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내 위안부 할머니들 만나 지원금 전달하도록 속도 내겠다"
입력 2016-08-25 14:05  | 수정 2016-08-25 17:34

일본 내각이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화해·치유재단에 10억엔(약 112억원)을 출연하기로 최종 결정한 24일 매일경제신문과 만난 김태현 재단 이사장의 모습에서는 담담함이 묻어났다.
 지난해 12월 한·일 합의에서 시작해 지난달 화해·치유재단 출범, 일본의 10억엔 기금 거출에 이르기까지 냉랭한 여론을 감내했던 김 이사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재단 운영 방향과 한·일 합의에 대해 허심탄회한 견해를 밝혔다.
 일본 측의 10억엔 거출에 맞춰 본격 재단 운영을 앞둔 김 이사장은 "(향후 사업 운영이) 부담이 된다"면서도 "부담을 줄이는 최선의 방법은 (위안부) 할머니들께 조속히 지원금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이사장은 "앞으로 두 달에 걸쳐 할머니들을 다시 찾아뵙고 치유금의 용처를 확인해 맞춤형 지원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현재 여성가족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45명 가운데 (지난해 12월 28일 위안부 합의 기준으로) 살아 계신 할머니 46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속도를 내서 되도록 올해 안에 지원금을 전달할 계획"이라며 "2018년까지 남은 199명의 위안부 유가족들께도 지원금을 전달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일본 측의 재단 출연금 10억엔 중 85%는 생존자와 유가족에게 현금 형태로 지급하고 나머지 15%는 재단 사업에 사용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비율도 함께 밝혔다.

 일본 측 출연금 가운데 15%가 사용될 재단 사업은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추모행사와 함께 일본군 위안부의 불행한 역사를 미래 세대에 바로 알리는 '위안부 피해자 기억사업'을 중심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김 이사장은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한·일 위안부 합의는 물론 재단 출범에 대해서도 비판적 여론이 여전히 많은 점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였다. 그는 "저 역시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께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일본 때문에 고통 받으신 할머니의 외침을 들으며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재단 출범 전 할머니를 직접 만나 뵙기 전에는 문전박대를 당할까 두려웠지만 실제로 재단 출범 소식을 듣고 덩실덩실 춤을 추신 할머니도, 현재 손녀가 투석 중이라 지금 당장 병원비가 필요하다는 할머니도 계셨다"며 합의와 재단 출범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도 많다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위안부 할머니들과 유가족 대부분이 스스로 위안부 문제와 관련 있음을 세상에 드러내기 두려워한다"며 "이들의 주장은 아직도 작은 목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재단 사업에 찬성하는 할머니와 가족들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현실적으로 화해·치유재단이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높다.
 이에 대해 김 이사장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할머니들을 다시 모두 찾아뵙고 조금의 한이라도 풀어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진정성 있게 사업을 전개하며 반대하는 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설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25일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생존자 1인당 1억원, 사망자에게는 2000만원 규모의 현금을 각각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생존자에게 지원될 1억원은 '상한선'이 아닌 '가이드라인' 개념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지원금이 1억원을 상회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재단에서 일본 측 거출금을 송금받을 계좌를 오늘 개설했고, 2~3일 안에 10억엔이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는 일본 측 자금 출연과 연계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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