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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박근형 “예술가에게 은퇴라는 말은 없어요”
입력 2016-08-25 10:18 
베트남전 참전용사인 기광(박근형 분)은 공장에서 출퇴근 버스를 운전하며 살고 있다. 어느 저녁,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아들의 자살 소식을 들은 기광은 장례식장에서 까만 눈을 낯설게 반짝이는 소녀, 보람(고보결 분)을 만난다. 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이 석연치 않음을 직감한 기광은 얼음처럼 차갑기만 한 손녀에게 아빠가 자살로 죽지 않았음을 밝혀주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랜드파더


[MBN스타 최윤나 기자] 이제는 배우라는 호칭보다는 선생님이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위치가 됐다. 연기 인생만 50년이 넘는다. 연기력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어불성설이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멋진 모습을 가지고 있는 박근형이 영화 ‘그랜드파더를 통해서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연기뿐만 아니라 액션까지, 그의 나이는 여전히 연기에 있어서는 어떤 의미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저희 영화가 사회적 제도에 대한 비판, 정부에 대한 이야기로 변환돼서 해석되는데 정말 깜짝 놀랐어요. 사람들이 그런 상처를 가지고 있는데 크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주제가 확실하게 살았죠. 영화에 오락성이 짙다보면, 주제의식도 흐리게 되는데 이건 확실하게 흐르죠. 할아버지가 변화되는 과정들이 상세히 표현됐어요. 연출이 너무 애를 많이 썼죠. 둘의 의견이 맞아서 이 영화를 내놓게 됐습니다.”



단순히 대역을 써서 액션을 구사하는 액션영화가 아니다. ‘그랜드파더를 촬영하면서 박근형은 응급실 신세를 지기도 했고, 나약하지 않은 느낌을 주기 위해 몸도 키웠다. 젊은 배우들이라면 제 마음대로 몸이 움직이니 어려움이 조금 덜 했겠지만, 박근형에게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모두 도전처럼 느껴졌을 수밖에 없었다.

스턴트 하시는 분을 만나서 지도를 받는데, 여러 가지 운동을 요구하시더라고요. 근데 그걸 소화하기엔 나이가 많고, 합을 맞추는 건 불가능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쉽게 해달라고 부탁하고(웃음), 그랬더니 효과적인 부분만 요구해주셨죠. 그래서 제 능력껏 그런 건 흉내 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절박한 심정으로 하니 가능하더라고요. 특히나 공사 중인 15층 건물에서 연기를 해야 했을 땐, 위태하면서도 시간도 제한돼서 힘들었죠.”

그냥 하기에는 뭔가 우람한 체구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리 헬스장에 가서 선생님께 부탁을 했어요. 한 달 간 근육이 잘 형성되는 쪽의 운동을 몇 가지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열심히 따라했더니 근육이 많이 생겨서 도움을 받았어요. 또 캐릭터의 직업이 버스 운전사였는데, 다른 사람에게 맡겨서 하는 건 감정 이입이 안 돼서 1종 면허 시험도 봤죠.”



언론시사회에서는 이런 박근형의 모습과 영화 속 내용을 연관 지어 한국의 리암 니슨이라는 이야기도 언급됐었다. 하지만 리암 니슨은 그보다 12살이나 어리기 때문에, 오히려 알파치노 같은 배우로 언급되는 것이 그에게는 더욱 어울릴 듯 보였다.

개봉 전부터 그런 이야기가 많더라고요. 리암 니슨 영화는 아니에요. 이 영화의 특징은, 그냥 평범하게 사는 사람들 중에 경쟁의식 때문에 다른 사람이 하기 전에 돈을 벌어야겠다는 사람들의 이야기죠.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해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거요. 결국은 인성에 관한 문제랄까요. 서로 돕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로 들어 가있어요. 그게 이 영화가 다른 영화와 다른 점이죠.”

박근형의 손녀딸로 등장하는 고보결, 그에게 막 대하는 청소년 오승윤, 대립 관계에 서는 정진영까지, 이번 영화는 오롯이 박근형의 출연으로 인해 영화 출연 결심을 굳혔다는 배우들의 말이 이어졌었다.

고보결 양과 함께 할 때는 그런 의견을 못 받았는데, 시사회 때 보고 놀랐어요. 어쩜 그렇게 맑은 눈을 가지고 있는지요. 자신보다 10년이나 어린 역할인데 너무 잘했죠. 기대가 되는 사람이에요. 오승윤 군은 아역에서 출발해서 지금까지 온 건데, 얼마나 리얼하게 잘 표현을 하던지, 정말 잔혹성을 많이 드러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잘해줘서 고마웠어요. 또 정진영은 열성적으로 잘 해줬어요. 또 본인이 이런 저예산 영화에도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열심히 해줘서 고마웠죠.”



박근형이 연기생활을 해오면서 영화의 환경도 많이 변화했을 터. 특히나 이번 영화는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던 내용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그에게 더 큰 의미로 작용했을 것이다.

우리가 영화를 했을 때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할 수가 없었어요. 사회에 대해서나 정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못했죠. 지금은 자유로워서 각 분야를 다 말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또 지금은 사람 중심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공감대도 높고요. 이게 모두가 마당놀이로 시작해서 이어오는 지금까지의 것이 기초라고 봐요. 우리들의 상상력이나 감정표현은 세계 일류 국가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이런 계통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장려해야한다고 봐요.”

영화의 제목처럼, 박근형도 ‘그랜드파더다. 특히나 그의 아들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손자까지 뒤를 이어 연기를 업으로 택했다고 해서 화제를 모았었다. 또 영화 속 내용이 손녀를 지키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공감하는 바로 컸을 것.

아들과는 연기에 대해서 토론을 심하게 안 해요. 이제 대학에 들어간 손자는 모든 게 다 궁금한 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웃음). 그렇다고 대사를 제가 해주면서 따라하라는 건 아니고, 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해주죠. 예전에는 제가 가족들에게 잘 못해준 것 같아서, 오히려 그때 못해줬던 걸 손자한테 다 가더라고요. 찾아서라도 더 해주고 싶고요. 주말에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 그 흐뭇함을 이로 말할 수가 없습니다(웃음).”

최근 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를 통해 오랜 경력의 배우들이 등장하며 큰 사랑을 받았지만, 여전히 그런 배우들이 설 자리가 많지는 않다. 그런 상황에서 오랫동안 보고 싶은 박근형의 연기를 혹여나 그런 제한 때문에 보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 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런 그에게 연기생활은 언제까지를 의미하게 될까 물었다.

예술가에겐 은퇴라는 말은 없어요. 쓰임새가 없을 때 사라지는 거지, 은퇴식 하고 이런 거 보면 가소롭죠. 사라지는 게 자연스러운 거 아니겠어요? 낙엽이 썩어서 밑거름이 되듯, 인위적으로 그런 형태는 좋은 게 아닌 것 같아요. 그것도 물론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 철학이 서야 가능하죠. 언제든지 열려있고 연구를 해야 하는 거예요.”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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