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SK케미칼, 이마트, 애경 등이 제조해 판매한 가습기살균제의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관련 국정조사가 진행 중이고 일부 가습기살균제 성분에 대한 환경부의 유해성 평가 발표도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재조사 가능성도 있어 기업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24일 SK케미칼, 이마트, 애경 등이 가습기살균제에 독성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을 표시하지 않은 행위에 대한 심의절차 종료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심의절차 종료는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이 어려워 법 위반에 대한 판단이 불가능할 때 내리는 조치다. 검찰 고발이나 과징금 부과 등의 법적 제재가 나오지 않은 만큼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들 업체는 지난 2012년 가습기살균제가 사회적 문제가 됐을 당시에도 공정위로부터 허위·과장 광고 조사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았다.
이번 결정에는 무엇보다 CMIT/MIT의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 영향을 끼쳤다. 때문에 환경부가 이달 말에서 다음달 초 사람에게 해롭다는 결론을 낼 경우 재조사에 들어가거나 재상정될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 4월 시민단체가 해당 업체들에 대해 가습기살균제를 만들어 판매하면서 제품에 주성분명은 물론 주성분이 독성 물질이라는 점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신고하면서 조사에 착수했다.
표시광고법 상 기만적인 표시·광고는 소비자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 가능성 같은 중요한 사실을 은폐하거나 누락한 행위를 말한다. 공정위는 CMIT/MIT 원액에 유독성은 있지만 이를 0.015%로 희석해 제조한 제품의 인체 유해성은 인정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품의 위험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 주성분명과 독성여부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곧바로 위법 행위로 판단할 수는 없다”며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라 재조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균 1년여의 조사와 달리 이번 가습기살균제 조사가 4개월 만에 종료한 데 대해서는 이달 말로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 공소시효가 끝나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공소시효 전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해당 업체들은 공정위 발표를 존중하면서도 이후 사안을 지속적으로 주시겠다는 입장이다.
해당업체 관계자는 환경부 조사 발표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조심스럽다”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면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SK케미칼은 CMIT/MIT를 주 성분으로 하는 가습기살균제 ‘홈크리닉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했으며 애경은 이 제품을 지난 2002년 10월부터 2011년 8월까지 판매했다. 이마트 역시 애경으로부터 이 제품을 납품받아 ‘이마트 가습기살균제라는 PB(자체브랜드) 상품으로 2006년 10월부터 2011년 8월까지 팔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측은 이번 공정위의 결정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광화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지난 5년동안 피해가 확인됐고 새로운 증거들도 나왔는데 공정위는 귀를 막고 눈을 감은 채 살인기업 편에 섰다”며 50여일 동안 열린 국정조사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건이)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는데 공정위는 그동안 지적된 문제점을 하나도 반영하지 않은 채 검찰과 환경부의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지난 8일 CMIT/MIT가 들어있는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이들 3개사의 전현직 임원 20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데 이어 곧 공정위도 고발할 방침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현재까지 접수한 전체 가습기 피해자 수는 1528명으로 이들 중 CMIT/MIT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는 167명이다. 사망자는 37명에 달한다. 다음주에는 SK케미칼과 이마트, 애경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가 열린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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