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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할 승률’ 넥센 원투 펀치…완성형-성장형 조화
입력 2016-08-23 06:30 
넥센 히어로즈의 외국인투수 스캇 맥그레거(왼쪽)와 앤디 밴 헤켄(오른쪽). 사진=김재현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외국인투수의 등판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했다.” 염경엽 감독의 발언대로 지난해까지 넥센 히어로즈는 그랬다. 수비를 단단히 하면서 다양한 작전으로 공격을 풀어갔다. 외국인투수 원투 펀치 경기를 그르칠 경우, 자칫 연패에 허덕이기도 했다.
국내 선발투수 전력이 떨어졌던 넥센의 과거다. 이제는 다르다. 13승 투수 신재영을 필두로 박주현(6승), 최원태(2승) 등 젊은 선발투수의 성장이 돋보인다. 이들은 올해 KBO리그에 데뷔했다. 선발진은 퍼즐을 거의 맞춰가고 있다.
미래 지향적이면서 나날이 성장하는 넥센이 하나만큼은 과거로 회귀했다. 외국인투수 등판 시 필승 조건만큼은. 6월과 7월, 차례로 단행했던 교체는 오래 가지 않고도 효과가 잘 드러났다.
넥센은 22일 현재 후반기 15승 12패를 기록, 10개 팀 중 3번째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1위 LG-2위 두산). 외국인투수 등판 경기는 10번. 밴 헤켄과 맥그레거가 5번씩 출전했다. 그리고 넥센은 8승 2패를 거뒀다. 승률이 무려 0.800에 이른다.
다른 17경기에서 7승 10패(승률 0.412)를 올렸다는 걸 고려하면, 더욱 눈길을 끄는 활약상이다. 믿음직한 원투펀치다. 게다가 이들이 등장할 때마다 마운드 운용도 어렵지 않다. 최소 6이닝은 책임졌다(밴 헤켄 32이닝-맥그레거 33이닝).
37세의 밴 헤켄은 완성형 투수다. 지난 2012년부터 KBO리그에 뛰면서 쌓은 경험을 밑바탕으로 ‘대단하고 완벽한 피칭을 하고 있다. 해왔던대로다. 염 감독의 주문도 따로 없다. 포수 박동원은 늘 그렇듯 좋다. 에이스답게 든든하다는 걸 느낀다”라고 말했다.
밴 헤켄은 ‘전성기가 아니다. 지난 21일 삼성 라이온즈전의 속구 평균 구속은 140km(최고 145km). 2년 전 20승 투수 시절(평균 142,3km-최고 146,7km)보다 감속됐다. 하지만 노련한 데다 워낙 제구가 뛰어나다. 포크도 낙차가 크다.
밴 헤켄은 KBO리그 후반기의 진짜 에이스다. 22일 현재 다승(4) 공동 1위-평균자책점(0.84) 1위-탈삼진(31) 5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압도적인 페이스다. 밴 헤켄 외에는 2점대도 없다. 2위 장원준(3.13·두산 베어스)과도 차이가 크다.
에이스 카드를 다시 집은 넥센은 함박웃음. 밴 헤켄 등판은 곧 승리라는 공식(5경기 5승)까지 만들었다. 니퍼트(두산), 차우찬(삼성), 린드블럼(롯데 자이언츠) 등 에이스를 상대로 거둔 것. 넥센을 돕기 위해 집에 돌아왔다는 밴 헤켄은 마운드에서 증명하고 있다.

밴 헤켄의 영입 효과는 맥그레거에게도 이어졌다. 에이스에게 많은 걸 배우고 싶다더니 맥그레거의 피칭도 후반기 들어 달라졌다. 평균자책점은 3.82로 전반기(6.58)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후반기 평균자책점 8위다. 1위도 있다. 볼넷을 단 3개만 허용했다.
상당히 공격적인 유형이다. 피안타는 여전히 많다. 피안타율은 전반기(0.309)와 후반기(0.308)의 차이가 거의 없다. 홈런도 많이 맞고 있다(전반기 6개-후반기 6개). 지난 17일 롯데전 호투(7이닝 무실점)가 후반기 평균자책점이 크게 낮아진 이유다. 그리고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30세의 맥그레거는 밴 헤켄과 다르다. 넥센도 올해보다 내년을 바라보며 영입한 성장형 투수다. 더 잘 할 수 있다고. 기복이 있긴 해도 그의 성장 그래프는 분명 ‘우상향이다.
150km의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그 강점 위주로 맞춰 잡아왔다. 아무리 빨라도 속구가 많다면 난타가 되기 십상이다. 코칭스태프의 손을 걸쳐 변화구 비율을 높였다. 커브, 슬라이더를 늘린 데다 인코스 피칭도 많아졌다.
지난 17일 롯데전에서 그 효과가 잘 드러났다. 염 감독은 맥그레거의 공은 치기가 쉽지 않다. 절대 평균자책점 5점대 투수가 아니다. 운용만 잘 하면, 평균자책점 3점대 투수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넥센의 ‘투 펀치는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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