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8월 22일 뉴스초점-'윤리 의식' 강화해야
입력 2016-08-22 20:36  | 수정 2016-08-22 21:12
억울하면 출세해라….

무슨 코미디 유행어 같기도 한 이 말은 우리 사회 신분의 '벽'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과거엔 이 말처럼 분하고 억울해도 꾹 참고 노력하다보면, 진짜로 출세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곤 했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최근 한 일간지가 지난 6년 간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산 공개 현황을 조사했습니다. 그 중 검사장급 이상 법무부·검찰 간부의 재산을 보니 총 98명 중 81명이 강남·서초·송파구에 살거나 집을 갖고 있었습니다. 강남 3구 외에 또 부촌으로 불리는 한남동과 평창동 등의 거주자를 포함하면 90%에 달합니다. 신고된 집의 시세는 최소 5억 원에서 최대 20억 원 정도 되죠.

검사 초임 월급이 320여만 원, 검찰총장이 750여만 원으로 일반 대기업 직원 수준인데, 이들은 어떻게 강남에 살게 됐을까요?

공개된 바에 의하면, 애초에 본인 또는 배우자의 집안이 여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조사 대상 중 70%가 비서울 지역 출신인 걸 보면 대부분 처가 덕을 본 경우가 많다고 유추해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럼, '금수저'도 아니고, '처가덕'도 보지 못할 형편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순전히 검사 월급만 모아서 가능했을까요?

금융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순간 1억에서 2억 원, 판·검사가 되면 2억에서 3억 원의 대출이 가능해집니다.


갚아야 할 돈이긴 하지만, 담보 없이 신용으로 이 정도 대출 받는 건 일반인은 상상도 못하죠. 신분 하나 만으로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또한, 재테크에 유용한 고급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루트가 일반인보다는 많을 겁니다. 넥슨 주식으로 120억 원을 번 진경준 전 검사장 처럼요.

문제는 부모나 처가로부터 부를 물려받은 사람들이 서민의 삶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이 정도면 상위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몇 년전엔 재판정에서 한 판사가 초등학교 나온 남편이 대학 나온 부인과 어떻게 결혼을 했냐며, '마약 먹여 결혼한 것 아니냐'는 막말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사상 초유의 현직 검사장 구속 사태를 빚은 진경준 검사장, 처가와 넥슨의 부동산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 사태로 비판을 받고 있는 곳이 있죠.

공직자윤리위원회….

공직자와 그 배우자 등의 재산 형성 과정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이 공직자들의 재산 형성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확인했다면 검찰 비리가 있을 수 있었을까요?

금수저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부정한 방법은 쓰지 않도록, 강력히 처벌해 윤리 의식이라도 갖추도록 해야 할 겁니다.

함부로 '억울하면 출세해'란 말을 못하게 하도록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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