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남산 예장자락 곤돌라 빼고 `반쪽 재생`
입력 2016-08-22 17:40  | 수정 2016-08-22 22:00
자동차 도로 등에 막혀 100년 넘게 고립돼 있던 남산 예장자락을 도심 공원으로 탈바꿈시키는 재생사업이 첫삽을 떴다.
서울시는 기존 공공청사 해체를 시작으로 남산 예장자락 2만2833㎡를 걷기 좋은 공원으로 만드는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이 본격 착공에 들어갔다고 22일 밝혔다. 다만 이 사업의 핵심 중 하나인 남산 곤돌라 설치가 전격 중단되면서 당초 계획했던 명동과 남산 사이 이동수단이 사라졌다. '반쪽자리 재생'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시는 이날 TBS교통방송청사 2개동과 남산제2청사 2개동 해체를 시작했다. 이곳에 공원을 꾸미고, 공원 윗부분에는 TBS교통방송과 남산2청사 일부를 재구성해 설치한다. 기존 건물에 입주해 있던 TBS교통방송과 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상암IT컴플렉스와 남산1청사로 각각 이전했다. 시는 또 차량만 다니는 남산1호터널 입구 지하차도(명동~옛 TBS교통방송) 100m가량 구간에 보행터널을 만들어 보행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 일대 주차난을 줄이기 위해 39면 규모의 관광버스 주차장도 조성한다.
서울시의 당초 구상은 예장자락을 명동과 보행길로 잇고, 서울의 자랑인 남산 정상까지 곤돌라로 연결해 '명동~예장자락~남산'이라는 보행·관광축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시가 공들이고 있는 1㎞짜리 세운상가 공중보행교(종로~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삼풍상가~진양상가)와 이어지면 '도심재생 골든 트라이앵글'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에 시는 남산 중턱에 있는 남산 케이블카 매표소 대신 접근성이 뛰어난 교통방송 또는 소방재난본부 인근에 남산 정상부까지 888m 구간을 연결하는 곤돌라 신설을 추진해왔다.

특히 남산타워는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비롯해 일반 시민이 선호하는 곳인 데다 남산이 대기청정지역으로 지정돼 2018년부터 관광버스와 기존 승용차 등 화석연료 차량이 정상부까지 운행할 수 없게 되면서 새로운 친환경 교통수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런데 최근 시가 곤돌라 설치를 백지화하면서 '명동~예장자락~남산' 코스가 물거품이 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한양도성 유지·관리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며 "남산 윗부분은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관광명소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경관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친환경 교통수단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세계 추세와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도시를 대표하는 명소에 어린이와 고령자 등 이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곤돌라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이날 남산 예장자락에 있는 옛 통감관저터 등에서 '남산의 광복'이라는 이름으로 착공식을 했다. 남산은 조선시대 풍수지리상 안산 겸 주작에 해당하는 중요한 산이었지만, 일제강점기 침략의 교두보인 통감부와 통감관저가 설치되는 등 훼손됐다. 특히 옛 통감관저터는 1910년 8월 22일 한일강제병합조약이 맺어진 장소기도 하다.
서울시는 연내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 2018년 3월 시민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임영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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