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개발 `국공유지 점용료` 폭탄 주의보
입력 2016-08-22 17:40 
오래된 저층 주택지 재개발 사업이 한창인 서울 동대문구 일대. [매경DB]
재개발 사업이 한창인 서울 동대문구 이문1구역에 단독주택을 보유하고 있던 A씨는 최근 구청에서 "주택이 국공유지를 무단 점유하고 있다"며 200만원이 넘는 점용료를 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4평 남짓 되는 땅이 인근 도로를 끼고 있다며 최근 5년치를 한꺼번에 부과해야 하고, 만약 이를 납부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에 나서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재개발 사업 과정 중 토지 측량을 통해 A씨와 같은 공유지 점유 사례가 잇따라 발견되자 구청이 일제히 이에 대한 사용료를 변상금이란 이름으로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국공유지 무단 점유 탓에 점용료 '폭탄'을 맞는 사례가 최근 잇따르면서 전국 재건축·재개발 조합에 비상이 걸렸다. 심지어 일부 주택은 등기부등본에도 공유지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 나와 있지 않아 집주인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변상금을 부과받고 항의하는 사례도 적잖은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부동산 업계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국공유지 무단 점유는 주로 낙후된 저층 주택이 많은 재개발 지역에서 다수 발생하고 있다. 과거 무허가 건축물이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까지 유지됐거나 증·개축으로 인근 도로나 공원 용지 등을 침범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지적도상에는 도로로 표시돼 있는데 실제 측량에서는 주택이 있는 사례도 많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실제 집주인이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것이다. 일부 오래된 건물은 아예 등기부에 국공유지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누락된 곳도 있다.
이문1구역 정비사업을 관할하는 동대문구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지는 사업시행 인가 후 감정가를 매기기 위해 토지 측량 과정을 거치는데, 이때 소유자들은 뒤늦게 자신의 집에 국공유지가 포함된 사실을 알게 된다"며 "여기에 맞춰 구청에서도 불법으로 국공유지를 점유한 데 대한 변상금을 최대 5년치분까지 부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상금 부과 대상은 '점유 기간'이 기준이라 만약 지금 그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부과를 피할 수 없다.

만약 2010년에 국공유지가 포함된 단독주택을 샀다가 최근 팔았다고 해도 올해 측량이 이뤄져 해당 주택이 국공유지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자체가 파악할 경우 소멸시효를 고려해 최대로 부과 가능한 기간인 최근 5년치분 점용료를 청구하는 것이다. 재건축 사업도 마찬가지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TF 팀장은 "반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반포래미안 퍼스티지와 반포주공1단지처럼 과거 주택공사(주공)에서 지은 아파트는 공원 용지도 함께 포함돼 향후 사업 과정에서 점용료 문제를 풀어야 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비용 지출에 당황한 조합들이 지자체를 상대로 법적 공방을 벌였지만 결국 패배로 끝났다.
부산 재송1구역 주택재개발조합이 해운대구청을 상대로 도로점용료 부과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은 지난해 말 대법원까지 간 끝에 원고 패소가 확정돼 조합은 3000만원에 달하는 도로점용료를 내야 했다.
이현성 법무법인 자연수 변호사는 "국공유지는 애초에 국민 전체의 소유지인 만큼 특정 개인이 이를 점유한 데 따른 점용료 납부를 피하기는 힘들다"며 "정비사업지 주택을 매입할 때 권리 관계를 꼼꼼히 따져서 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주기적으로 토지를 측량해 토지 정보를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자체가 갖고 있는 지적도와 실제 토지활용 상황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 보니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점용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나중에서야 점용료 부과를 통보받은 집주인들이 반발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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