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김영란법 나비효과’에 꼬마빌딩 시장도 휘청
입력 2016-08-22 16:44 

강남 서초동에 꼬마빌딩을 가지고 있는 한 모씨는 최근 세입자와 상담을 한 뒤 밤 잠을 설치고 있다. 고급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세입자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장사에 타격을 입을 것 같다며 임대료를 낮춰 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 씨는 김영란법은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시행도 되기 전에 그 여파가 상당한 것 같다 ”고 걱정했다.
역삼동에 꼬마빌딩을 소유한 윤 모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그는 임대수입이 지금보다 더 낮아지면 건물을 사기 위해 받은 은행 융자금 이자도 내기 힘든 수준이 된다”면서 은행에서 연락이 오면 대출금을 갚으라고 할까봐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저금리를 타고 수익형 부동산의 대세로 떠올랐던 ‘꼬마빌딩 시장도 김영란법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왔다. 고급 음식점들이 김영란법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면서 입주 건물 주인들에 비상이 걸렸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28일 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따라 강남과 광화문을 중심으로 형성된 고급 식당들이 장사가 힘들다”며 폐점하거나 업종전환을 시도하는 중이다.

고급 식당들은 영업장소로 소형 빌딩이나 단독주택을 주로 사용했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대로변 빌딩과 달리 이면도로 2종 주거지에 위치한 꼬마빌딩은 손님의 신상이 덜 노출되고 업소 이미지 관리가 쉽다는 이유로 고급 음식점들의 선호대상이었다. 꼬마빌딩 소유주들에게도 고급 음식점들은 비싼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업종이었다. 결국 김영란법 시행-고급 음식점 타격-꼬마빌딩 위기라는 ‘연쇄반응이 일어나는 형국이다.
꼬마빌딩은 4~5층 규모의 특성상 세입자가 통째 건물을 빌리거나 2~3개 업소가 영업하는 사례가 많다. 꼬마빌딩의 가장 큰 위험은 세입자가 빠지는 ‘공실이다. 영업난에 시달린 세입자가가 문을 닫고 공실이 생길 경우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때 까지 건물주는 손실이 불가피하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건물을 매입한 경우에는 자칫 유동성 위기까지 몰릴 수 있다.
그동안 저금리 바람을 타고 꼬마빌딩의 가격은 수직 상승했다. 40억~60억원 수준이던 강남 이면도로 꼬마빌딩은 최근 3~4년 새 가격이 50억~80억원으로 올랐지만 연수익률은 2~3%로 낮아졌다.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던 고급 음식점들이 빠져 공실이 생기거나 업종이 전환돼 낮은 임대료를 받게 되면 빌딩 소유주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금융권이 대출관리에 들어간 것은 건물주들에겐 또 다른 부담이다. 가계부채 증가과 함께 제1금융권에선 하반기 들어 사업자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등 대출관리에 집중하는 추세다. 수입감소가 예상되는 고급 음식점의 신규대출을 막고 이들이 입주해 있는 건물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꼬마빌딩의 소유주의 부채비율이 높을 경우 금융권이 대출연장을 거부하거나 대출회수에 나서는 상황도 배제하기 힘들다.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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