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朴 대통령 '北 정권붕괴 가능성' 언급…대북정책 '레짐체인지'로?
입력 2016-08-22 16:27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북한 김정은 체제를 겨냥해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체제 동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한 것을 놓고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등장한 '북한 당국·주민 분리전략'과 맞물려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사실상 폐기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핵심은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 '대화와 협력'의 병행이나,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제재와 압박에 '올인'하고 있는 데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북한 체제 붕괴를 거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북한 간부와 주민을 향해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하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대북정책의 전환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당시 경축사에서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떠한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핵과 전쟁의 공포가 사라지고 인간의 존엄이 존중되는 새로운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가는 데 동참해 주시기 바란다"고 북한 간부 및 주민들에 촉구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그간 북한 당국을 향해서는 변화를 촉구해왔지만, 북한 주민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한 것을 극히 이례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북한의 핵심 권력층과 간부 및 주민을 분리하는 대북 전략을 본격화하려는 의도라고 해석됐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청와대에서 을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을지 국무회의를 잇따라 주재하면서 강한 어조로 북한의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 대북정책의 큰 변화를 시사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최근에는 북한 엘리트층조차 무너지고 있고, 북한의 주요 인사들까지 탈북과 외국으로의 망명이 이어지는 등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체제 동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대통령은 큰 흐름과 지금의 정세 상황을 가지고 종합적인 판단을 이야기한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 따른 국제적 고립과 북한 내부의 어려움, '200일 전투' 등 동원체제로 인한 주민 불만, 태영호 탈북 등 엘리트층의 이반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달 4일 북한인권법의 시행도 정부 대북정책 전환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인권법은 우리 정부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증진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남북한 당국을 당사자로 하는 기존 대북정책과는 차원을 달리합니다.

일각에선 북한인권법 시행을 계기로 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 간부와 주민을 매개로 한 김정은 체제 변화 유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쓴 대목도 새롭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박 대통령은 당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진정한 광복은 8천만 민족 모두가 자유와 인권을 누리며, 더 이상 이산의 아픔과 고통이 없는 '통일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과업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통일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은 남북 합의에 따라 한반도 통일을 달성한다는 노태우 정부 이후 우리 정부의 통일 방안(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는 다른 맥락이며, 사실상 흡수 통일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서 통일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은 처음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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