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日투자로봇, 브렉시트 당일에만 3.4% 수익
입력 2016-08-22 15:14 

바둑이나 체스 대결처럼 투자 수익률 대결에서도 인공지능(AI)이 인간을 앞설 수 있을까.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독립운용사인 ‘심플렉스 에셋 매니지먼트를 사례로 들며 로봇이 인간 펀드매니저보다 나은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22일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회사가 지난 4월부터 운용 중인 ‘심플렉스 에쿼티 퓨처 스트래티지 펀드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결정된 지난 6월 24일 하루에만 3.4% 수익을 냈다. 이 펀드는 AI가 시장 환경 변화를 스스로 학습한 뒤 매매 전략을 수립한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뒤 모멘텀과 트렌드 변화를 포착, 주가지수를 살 것인지 팔 것인지 결정한다. 펀드 자산의 50% 한도 내에서 매매 규모도 결정한다.
이 펀드는 브렉시트 당일 일본의 주가지수 선물을 매도했다.

시장이 브렉시트 부결을 예상하면서 장 초반 손실을 냈지만, 개표 결과가 공개되기 시작하면서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이날 일본 증시는 5년만에 최대 폭 하락했고, 펀드는 운용을 개시한 이래 최고 수익률을 올렸다. 요시노리 노무라 ‘심플렉스 에쿼티 퓨처 스트래티지 펀드 담당 매니저는 개인적으로 증시 상승을 예상했지만 AI가 내린 결론에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며 결국 기계가 옳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자산운용의 미래를 보여주는 주목할만한 시범 케이스”라고 평가했다.
심플렉스 에셋 매니지먼트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운용사 중 하나다.
자산운용 규모는 5600억 엔(약 6조2580억 원)에 달한다. 최근 지역 은행과 보험사들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일본 3대 은행 중 하나로 투자 자산 규모만 2조 달러(2254조 원)에 달하는 유초은행도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AI가 운용하는 펀드들은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성과는 괜찮은 편이다. 싱가포르에 있는 시장조사업체 ‘유레카헤지에 따르면 12개 AI 펀드들은 브렉시트로 시장이 혼란을 겪었던 6월에만 1.8%의 수익률을 올린 것을 비롯해 연초 이후 이달 19일까지 7%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유레카헤지는 AI 기술을 응용한 헤지펀드 회사가 이미 수십 군데에 달하고 있으며 수익률도 2012년을 제외하고 2008년 이후 줄곧 시장평균 수익률을 앞서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심플렉스 에셋 매니지먼트의 성공이 저조한 성과에 허덕이고 있는 일본 헤지펀드 업계에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증시는 지난해 10%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16%나 하락하는 등 주요 선진국 증시 중에서 가장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기관투자자들은 극도로 위험기피적인 성향을 보이고,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책을 내놓아도 증시가 하락하는 등 투자 환경이 녹록치 않다. 올 들어 글로벌 헤지펀드 평균 수익률은 2.6%였던 반면, 일본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의 수익률은 -3.5%를 기록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노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