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자극적인 게임 여성 캐릭터…이대로 괜찮을까?
입력 2016-08-20 10:38 
사진=연합뉴스
자극적인 게임 여성 캐릭터…이대로 괜찮을까?



'날씬한 몸매에 인형 같은 얼굴'. 총이나 칼 등 무기를 들고 전쟁터에서 싸울 때도 게임 속 여성 캐릭터의 모습은 대부분 이렇습니다.

게임에서 설정된 연령, 직업과 무관한 모습도 많습니다. 여전사의 갑옷은 가슴 부위를 노출하거나 어린 여학생은 몸매를 한껏 드러낸 짧은 옷차림을 하고있습니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게임 속 여성 캐릭터를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게임의 내용이나 주제, 성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야하거나 귀여운' 외모만 강조한 탓입니다.

평소 게임을 즐긴다는 김모(34)씨는 "장르마다 즐거움이 있는데 일부 게임은 여성 캐릭터의 성적 측면을 과장해 게임의 순수함을 반감시키는 것 같아 거북하다"고 말했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게임의 여성 캐릭터에 대해 선정성, 성(性) 상품화 논란이 계속되면서 주요 캐릭터를 삭제하고 서비스를 아예 종료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상당수 이용자들은 게임업계가 정작 게임 내용보다 여성 캐릭터를 주목을 받으려 한다고 지적합니다. 치열한 게임시장에서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모바일, PC 게임을 두루 이용하는 최모(33)씨는 "남성 게이머의 비중이 높다 보니 마케팅을 위해 이미지나 여성 캐릭터에 과도한 노출, 성적 매력을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이용자 이모(28)씨는 "게임 자체가 좋으면 캐릭터의 비중은 작아도 된다"면서 "자극적인 여성 캐릭터 만들기에만 치중하는 국내 게임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블로그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성 캐릭터를 둘러싼 문제 제기가 계속되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게임 이용자 한모(25)씨는 "지금껏 게임 캐릭터는 남녀를 불문하고 성적인 측면이 많이 부각됐지만, 앞으로는 게임성, 주제 등에 맞게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의견 교환을 넘어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임의 이용 가능 연령을 정하고 관리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나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에 직접 민원을 넣는 식입니다.

특히 한 성우의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 인증으로 시작된 사건은 게임의 선정성 문제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해당 민원에 대한 공지 팝업창까지 띄운 상태입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클로저스' 게임은 여성 성우 문제가 불거지기도 하면서 7월부터 8월초까지 약 400건 정도 민원이 들어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민원 내용의 대부분은 '12세 이용가'로 분류된 등급 조정에 대한 것으로 만약 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에서 등급 재검토 여부가 결정되면 게임 이용 등급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게임은 이용자가 즐겨야만 생명력을 유지하는 만큼 이용자가 바뀌기 시작하면 게임업계 또한 변할 것이란 기대에서입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많은 게임 속에서 여성의 성 상품화, 성적 비하, 고정된 성 역할 등의 요소가 의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연화'돼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정한 목적을 갖고서 게임을 '야하게' 만들려 한 것이 아니라 개발하는 당사자 또한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게임 전반에 걸쳐 이런 것들이 자연스레 녹아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교수는 "이제는 젊은 시민이, 게임 이용자가 문제를 직접 지적하기 시작했다"며 "SNS 등을 통한 공론이 확산할수록 게임업계 및 회사 또한 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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