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르포] 광복절특사 몰린 운전면허시험장 ‘인산인해’
입력 2016-08-19 14:03 
18일 강남운전면허시험장이 시험을 접수하는 사람들로 붐비고있다. <김호영기자>

지난 18일 오전 양재동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 건물 앞 흡연소에는 십여명의 남성들이 모여 초조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이들은 9시 20분이 되자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담배불을 끄고 건물 안 3층 강의실로 올라갔다. 강의실 안에는 이미 20여명의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대 초반부터 머리가 하얗게 샌 노인까지. 강의가 끝난 후 회사로 복귀해야 하는지 말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이도 있었지만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의 앳되보이는 학생도 있었다.
지난 16일 광복절 운전면허 행정처분 특별사면이 적용된 이후 이곳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에는 특변사면을 받고 다시 면허를 취득하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운전면허를 재취득할 수 있는 혜택을 받은 이들은 전국적으로 4만5000여명이다. 서울에만 5391명에 달한다. 이곳 도로교통공단에는 지난 16일부터 하루라도 빨리 면허를 재취득하려는 사람들이 매일같이 수십명씩 몰려들고 있다.
이날 교육을 받기 위해 도로교통공단 강의실을 찾은 이들은 모두 36명. 대부분은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의 혜택을 받았다. 강의실 맨 앞자리에서 교육을 듣고 있던 유 모(50·음식점 운영)씨는 매일 돌아다니며 식자재를 사려면 운전을 해야 하는데 벌점 때문에 면허가 취소됐다. 이번에 사면을 받게 돼 천만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의 중간 쉬는 시간에는 피곤에 지쳐 잠을 청하는 사람과 함께, 생업을 유지하기 위해 어디론가 바쁘게 전화를 거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라신희 도로교통공단 교육홍보부 부장은 작년 사면 때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곤혹을 치렀다. 강의실 공간이 부족해 현장접수 인원의 경우 의자를 강의실에 억지로 밀어 넣어서라도 교육 받을 수 있게 했다”며 올해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놨다”고 밝혔다. 도로교통공단은 월 1~ 2회만 실시하던 특별교통안전교육을 광복적 특별사면 조치 직후인 16일부터는 주중 매일 실시하고 있다.
강의가 50분간 진행된 후 쉬는시간이 되자 강의실 밖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큰 바구니에 음료수를 잔뜩 실어 온 상인이 자리를 잡고있었다. 한 상인은 매해 특별사면이 이뤄진 후 이맘때 즈음에는 이곳을 찾는다”며 앞으로 보름 동안에는 계속 여기로 올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건물 밖에는 한 아주머니가 ‘속성 당일 면허취득이라 적힌 전단지를 쉬는 시간 흡연자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이날 특별교통안전교육을 받기 위해 모인 36명의 특별사면 대상자들은 한명도 빠짐 없이 교육이 진행된 6시간 내내 강의실을 지켰다. 유씨는 뭐 지루해도 어쩔 수 없지 않냐···.내일은 면허시험장으로 가 시험접수를 할 계획”이라고 말하며 건물 밖을 나섰다.
이날 오후 강남운전면허시험장은 시험 접수를 하려는 수백명의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특별사면 대상자들에 방학을 맞아 면허를 취득하러 온 대학생들까지 가세하며 원서접수창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올해 11월부터 까다롭게 변경되는 운전면허 시험이 시작되기 전에 면허를 따러 온 사람들도 있었다. 원서접수창구의 대기인원은 한때 140여명까지 증가했다. 시민들은 평균 1시간을 기달리고 난 후에야 면허발급 신청 등의 업무를 볼 수 있었다.
천경자 강남운전면허시험장 민원부 팀장은 지난 16일부터 평소보다 수십명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보통 특사로 인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일주일 정도 걸린다. 다음 주에는 더 많은 사람들리 붐빌 것”이라 말했다. 천 팀장은 이번에는 음주운전자가 사면 대상에서 빠져 전체 인원이 줄었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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