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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김의 야구컨디셔닝] 시련보다 길었던 인내, 김재환을 만들다
입력 2016-08-19 06:02  | 수정 2016-08-19 08:44
두산 김재환이 18일 인천 SK전에서 2회 3점홈런을 때려낸 뒤 타구를 쳐다보고 있다. 시즌 31호. 사진(문학)=김영구 기자
두산 김재환(28)이 18일 인천 SK전에서 시즌 31호 홈런을 때려내면서 역대 베어스의 국내파 타자 시즌 최다홈런 타이기록을 세웠다. 올해의 김재환을 지켜보면 메이저리그로 떠난 박병호(미네소타)가 겹쳐 떠오른다. 짧지 않은 무명의 시간을 버티고 성장하여 리그를 대표하는 장타자로 우뚝 선 주인공들이다.
김재환은 2008년에 입단했으니 올해로 데뷔 9년차가 된다. 그러나 100경기 이상을 뛰고 있는 시즌은 2016시즌이 처음이다.
입단 후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던 2013년에 만난 김재환은 당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팀내 경쟁에서 밀리고 있었던 데다 설상가상으로 왼어깨 탈구 수술을 두 번이나 한 이후였고 재활 또한 순조롭지 않았다. 야구를 계속할 수 있을지 조차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당시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매우 힘겨워 하는 선수의 모습이 크게 안타까웠지만,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던 그를 특별하게 위로하지 못해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야수들에게 생기는 습관성 탈구는 수비 중 슬라이딩 동작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부상이다. 적지 않은 야수들이 어깨의 습관성 탈구로 애를 먹고 있는데, 경기복귀에 대한 성급함과 초조함 등으로 완전하게 재활을 하지 못한 채 팀에 합류해 재부상을 당하는 경우 역시 많다.
김재환도 첫 번째 수술 후 조급한 재활을 거쳐 완전하지 않은 상태로 경기에 복귀했다가 다시 재부상을 당했던 선수로 이에 따른 재활이 순조롭지 못해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긴 시간동안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었던 만큼 실망감의 무게가 컸을 당시지만, 김재환은 그라운드 복귀를 위해 재활과 트레이닝에 매일같이 노력했다. 그때 포기하지 않았던 끈기와 노력이 지금의 김재환을 만들어낸 가장 큰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야구도 어려운 난관을 극복하고 나면 한 단계 성숙한 모습이 된다. 야구를 시작한 어린 선수들과 프로야구의 루키 선수들은 오랜 시간을 견디고 천천히 성공한 ‘대기만성형 스타들을 보면서 인내와 노력을 배웠으면 좋겠다.
어떤 분야에서든 뚜렷한 성과 없이 막막한 내일을 믿고 6~7년을 계속해서 투자하고 준비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선수 본인은 물론 구단과 스태프들이 한명의 스타를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다했기 때문에 김재환처럼 좋은 타자가 입단 9년 만에 팀의 중심을 지탱하는 강타자로 만들어졌다. 남보다 조금 더 어려운 시간을 견디고 조금 더 많이 기다렸던 그의 성장을 오래 지켜보고 싶다.(김병곤 스포사피트니스 대표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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