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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tv] `굿와이프` 전도연의 일탈에 담긴 것들
입력 2016-08-17 10:40  | 수정 2016-08-17 17:37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미국 드라마가 원작인 tvN 금토 드라마 '굿와이프'는 법정의 치열한 공방을 다루지만, '법정극'이라고 한정 지을 수는 없다. 사건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매회를 이끌면서도 김혜경(전도연 분)이 권력을 탐내는 남편 이태준(유지태)의 곁을 떠나 당당하게 세상에 서는 과정을 담았다. 김혜경은 '가족을 지키는 아내'와 '자신의 삶을 찾는 여성' 사이에서 아슬한 줄타기와 고민을 반복했다.
'굿와이프'는 김혜경이 스캔들에 휘말린 이태준의 손을 꼭 잡은 채 기자회견에 함께 오르는 장면으로 시작됐다. 15년 전 이태준의 교통사고를 자신이 뒤집어 쓸 정도로 김혜경은 남편과 가족에게 헌신하는 인물이다. 나긋한 이태준의 목소리와 흔들리는 김혜경의 눈동자는 모든 판단을 남편에게 맡겨야 했던 이들의 관계를 짐작하게 했다.
이태준이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고 구치소에 들어가자, 김혜경은 15년 만에 변호사로 나섰다. 가족과 생계를 위한 결정이었지만, 그는 큰 변화를 맞았다. '가족'과 '아내'라는 조건 없는 희생이 요구되는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남편의 부재는 가족의 몰락이 아닌 여자 김혜경으로서의 생활에 눈 뜨게 하는 사건이었다.
김혜경은 운 좋게도 진실하고 억울한 누명을 썼던 이들의 변호를 맡았다. 하지만 법정에 설수록 변호사로서 정의보다는 고객들의 승소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갔다. '정의'라는 것은 지켜져야 하지만, 변호사의 삶은 항상 그럴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과 마주했다.

또 하나의 사건이 김혜경의 삶을 뒤흔들었다. 김혜경은 경찰이 이태준을 수사하던 중 남편에게 내연녀 김단(나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든든한 조력자였던 김단에게는 배신과 치욕감을, 이태준에게는 자신이 남편의 모든 것을 용서해야 하는 아내였음을 느꼈다. 이를 계기로 김혜경은 자신에게 따뜻한 시선과 격려를 아끼지 않던 서중원(윤계상)을 향해 마음을 열었다.
좋은 아내라는 의미인 '굿와이프'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전통적인 아내의 모습에서 멀어지는 김혜경의 길을 따라갔다. 한국적인 '굿와이프' 관념들을 툭툭 건드리면서 '좋은 아내는 조건 없이 희생하는 게 맞는 것인가'에서 시작해 '좋은 아내의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굿와이프'는 미국 CBS에서 2009년 첫 방송을 시작해 일곱 번째 시즌으로 종영한 '굿와이프'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제작진이 굳이 미국 드라마를 가져온 데에는 그 속에 한국적인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에서의 여성과 가족에서의 아내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 이 작품의 큰 줄기다.
이정효 PD는 기자간담회에서 '굿와이프'에 대해 "이야기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원작에 한국적인 정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힘으로 지금까지 촬영할 수 있었다"며 "원작 캐릭터와는 다 달라졌다. 배우들의 해석을 많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굿와이프'에서 로맨스가 등장하는 것은 이 또한 주인공의 뒤늦은 성장을 위한 장치였기 때문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김혜경도 불륜을 저지르는 것이냐'고 불편한 시선을 보냈지만, 이 작품이 보여주려는 것은 자극적인 사랑이라기보다는 여성 앞에 놓인 현실적인 선택들이었다.
제작진이 밝힌 '굿와이프'에 녹아든 한국적인 정서는 아내가 된 여성에게 닥칠 수 있는 가정과 사회생활 중간에서의 판단, 남편의 불륜 속에서도 가족을 지키려는 자세 등일 것이다. 한국이라는 지역적인 선을 긋지 않더라도, 여성이라는 성적인 차이를 두지 않아도, '굿와이프'가 보여주는 것들은 결국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한 인간의 고민들이다.

in999@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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