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추적] 현실과 너무 다른 '형량'
입력 2016-08-13 19:40  | 수정 2016-08-13 20:20
【 앵커멘트 】
지난 2월 계모의 찬물과 락스 세례에 견디다 못해 하늘나라로 간 원영이를 기억하실 겁니다.
원영이를 숨지게 한 계모와 친아버지에 대한 선고가 며칠 전 있었는데, 많은 사람이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생각보다 형량이 낮게 나오자 법 감정을 고려하지 못한 판결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하루 만에 계모가 항소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또 한 번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뉴스추적, 추성남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 질문 1 】
추성남 기자! 법정 안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는데, 도대체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린 겁니까?


【 대답 】
1심 판결에서 계모는 징역 20년, 친부는 징역 15년을 각각 선고받았습니다.

앞서 검찰은 계모에게 무기징역을, 친부에게는 징역 30년을 구형했거든요.

쉽게 말해서 검찰이 이 정도는 처벌해야 한다고 본 건데, 법원이 한참 못 미치는 판결을 내린 거죠.



【 질문 2 】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결과치고는 글쎄요. 강력한 처벌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데요.


【 대답 】
재판부의 선고가 내려지자 방청석에서는 깊은 탄식과 분노가 터져 나왔습니다.

제가 이 사건이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취재했습니다.

현장 검증을 할 때 많은 사람이 원영이에게 뿌렸던 락스를 가져와 계모와 친부에게 던졌던 기억이 나는데요.

이날도 엄마들이 울분을 토했습니다.

함께 들어 보시죠.

"잔악한 고문 끝에 3년 넘게 아이를 학대하고, 3개월 동안 화장실에 가두고 온몸에 락스를 뿌린 이 사건이 어째서 20년입니까? 항거할 수 없는 아이를 향한 범죄는 엄중히 처벌받아야 합니다."

"이번이 평택에서 (드러난) 아동학대 첫 사건입니다. 20년 가지고 앞으로 일어날 아동학대를 어떻게 막을 건데요?"


【 질문 3 】
추 기자! 재판부도 이런 판결을 낸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요?


【 대답 】
재판부는 먼저 "범행 내용이 아주 끔찍하고 아동학대를 뿌리뽑을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정책적인 필요, 다시 말해서 국민의 공분 여론과 아동학대 근절 때문에 책임을 넘는 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며 "피고인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양형에 참작할 만한 요소가 있었다는 얘기인데요.

계모와 친부가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이혼과 학대 등으로 상처를 받아 원영이를 키우는 데 상당한 고통과 어려움을 겪었다고 판단한 겁니다.

재판을 지켜봤던 사람들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 인터뷰 : 류정화 / 평택 안포맘 대표
- "피고인의 인권이 있고, 불행하게 자라서 성장배경에 문제가 있어서 그것이 고려 요인이 된다고 판사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불쌍하게 자란 사람, 없이 자란 사람, 부모 없이 자란 사람은 죄를 지어도 괜찮다는 말입니까? 그것이 어떻게 고려 요인이 된단 말입니까?"


【 질문 4 】
추 기자! 그런데 재판부가 방청객을 향해 사과했다는데, 이건 또 어떤 의미인가요?


【 대답 】
최근 들어 법감정이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는데요.

재판부도 국민이 법에 대해 느끼는 바를 의식한 듯합니다.

국민이 원하는 형을 내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재판부가 얘길 한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사건 발생부터 모두를 마음 아프게 한 동시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겠죠.


【 질문 5 】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대해 어떤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까?


【 대답 】
앞서 양형 참작 사유에 대해 말씀드렸죠.

자신들도 어릴 적 학대를 받았고, 그래서 원영이에게 학대를 대물림하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이 있었다는 건데요.

과연 양형에 참작되어야 하느냐는 얘기가 법조계에서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형량 선고의 고유 권한은 재판부에 있기 때문에 너무 감정적으로 보는 건 옳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 인터뷰 : 박지훈 / 변호사
- "(재판부가 피고인들) 자신도 어릴 때부터 당했다는 그런 부분들은 조금 감경할 요소로 본 것 같아요. 또 한편으로는 천륜에 관련된 범죄이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검찰이 무기징역, 30년 (구형) 했으면, (재판부가) 비슷하게 형을 선고해야 하는데 딱 반반씩 해버렸거든요. 이거는 조금 모자라지 않을까라는 견해가 상충하고 있습니다."


【 질문 6 】
아무튼, 여론은 좋지 않은데, 계모가 바로 항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또 한 번 공분을 사고 있죠?


【 대답 】
네, 그렇습니다.

자신에게 내려진 처벌이 너무 과하다며 판결이 내려진 다음 날 곧바로 항소를 했는데요.

이유는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쉽게 얘기해서 살인할 생각이 없었으니 살인죄를 적용한 것이 억울하고, 지은 죄에 비해 형량이 무겁다는 겁니다.

또, 충분히 반성을 했다고도 했는데 제가 얼마나 반성문을 제출했는지 찾아봤습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계모가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은 22번입니다.

엄벌을 내려달라며 시민단체에서 낸 탄원서가 670번인 걸 보면 과연 반성을 하긴 한 걸까요?


【 질문 7 】
학대를 해서 아이를 죽게 한 후에 반성문을 22번 쓰면 뭐 합니까? 아이가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 대답 】
제가 이번 판결과 계모의 항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시민들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함께 들어 보시죠.

▶ 인터뷰 : 정종식 / 시민
- "(항소를 했다는 건) 원영이를 그렇게 학대한 그 사람들의 본심이 아닐까요? 죄책감은 같은 건 최소한.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심 아닐까요?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 인터뷰 : 방선옥 / 시민
- "제가 보기에는 원영이한테 미안한 게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자기들이 더 편하게 빨리 나와서 새 생활 하려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싶네요."


【 앵커멘트 】
모든 판결이 국민의 눈높이나 법 감정에 맞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재판부가 방청객을 향해 이례적으로 사과했다는 점과 우리가 많이 비교하는 선진국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면 계모와 아버지에게 최소한 무기 징역이 나왔을 것이라는 법조인들의 이야기는 다시 한번 이번 판결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뉴스추적 추성남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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