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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oview] ‘범죄의 여왕’, 어둠 속에서 발하는 관심이라는 불빛
입력 2016-08-13 10:36 
사진=콘첸츠판다 제공
연기의 여왕, 박지영


[MBN스타 최윤나 기자] 낡은 고시원 건물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고시에 10번이나 떨어지며 15년 동안 고시촌에 머물 고 있는 낙방생, 가난한 집안에서 변호사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 고시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전문가지만 정작 시험은 포기한 것과 다름없는 정보원, 고시원 방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고 게임만 하는 게임 폐인,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관리한다는 명목 하에 존재하는 관리사무소의 사람들이 그 안에 모여 있다.

그런 건물 안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서로 무관심하다. 서로의 공부와 시험에 붙어야한다는 일념 하에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지,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고시 공부를 하면서 친구도 돈도 잃은 채 살아가는 그들에게 ‘관심이라는 단어는 사치나 다름없는 것처럼 보인다.



‘범죄의 여왕은 고시촌에 살고 있는 고시생의 엄마 미경(박지영 분)은 자신의 아들이 수도요금 120만원을 청구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상경한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관심이 사치가 돼버린 고시촌에서 미경은 ‘관심 그 자체가 된다. 수도 요금만 내고 가라는 무뚝뚝한 아들, 함께 식사를 하자고 초대했지만 한 명의 고시생만 등장하고, 불량배 같은 관리사무소 사람들 속에서도 미경은 그들에게 끊임없는 관심을 보낸다. 그렇게 미경, 즉 관심의 등장으로 인해 어두컴컴했던 고시원의 불이 켜지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어쩌면 가장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존재로 여겨지는 고시생들의 집성촌, 고시원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누군가는 오지랖이라 말하겠지만, 미경의 관심은 어두운 고시원의 빛이 된다. 빛에게는 물질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과 어두운 곳을 환하게 밝혀주는 속성이 있는 것처럼, 그의 등장으로서 고시원의 차가운 부분은 따뜻하게 변화하고 어두운 상황은 환하게 빛이나 결국엔 모두가 행복한 공간으로 변모된다.

사진=콘첸츠판다 제공


‘범죄의 여왕에서 박지영은 독보적인 연기를 뽐내지 않는다. 고시원 사람들로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의 배우들과 한 명 한 명 호흡을 완벽하게 맞춘다. 불량배 같은 개태(조복래 분)에게는 당돌하면서도 따뜻한 엄마 같은 느낌을, 고시 전문가 덕구(백수장 분)에겐 따뜻한 누나처럼, 방에서 게임만 하는 게임폐인 진숙(이솜 분)을 대할 땐 언니처럼 말하며 매 신마다 그저 완벽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연기를 펼친다.

그렇게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는 박지영과 함께 호흡하는 배우들도 모두 저마다 영화계에서 쌓아온 연기력을 유감없이 펼치며 강한 색의 캐릭터를 영화 위에 제대로 그려낸다. 그간 한국 영화가 다양한 소재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면, ‘범죄의 여왕은 이를 확실히 증명해내는 독특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첫 장편영화를 성공적으로 선보인 이요섭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연출의 왕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5일 개봉.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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