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北 최룡해, 초라하게 끝난 '리우 스포츠외교'
입력 2016-08-13 09:29 
최룡해 / 사진=연합뉴스
北 최룡해, 초라하게 끝난 '리우 스포츠외교'


최룡해(66)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브라질 방문 일정을 일주일 만에 중단하고 11일(현지시간) 갑자기 출국했습니다.

최룡해 부위원장 일행은 지난 10일 오후 10시30분께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갈레앙 국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공항 귀빈실에서 약 3시간 대기했다 파나마로 가는 코파 에어라인 항공기를 타고 11일 오전 1시 35분께 출국했습니다.

이로써 최 부위원장 일행의 리우 체류 일정은 약 1주일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최 부위원장이 리우에 간다는 소식은 지난달 30일 평양을 출발, 중국 베이징으로 떠날 때 처음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그는 베이징과 쿠바를 들른 뒤 4일 오전 리우에 도착했습니다.

북한 권력 2인자가 서방 진영 국가를 장기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 부위원장은 북한의 국제무대 고립을 극복하기 위해 리우 올림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습니다.

올림픽 개최지 리우에서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과 만나는 등 활발한 스포츠외교를 벌인다는 관측이었습니다.

북한은 최근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 안전보장위원회가 대북 제재를 결의함으로써 국제적 고립 상태에 처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이미지 개선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 부위원장은 입국 당일인 4일 스포츠외교에 시동을 거는 듯했습니다. IOC 주최 만찬에 참석해 각국 귀빈들을 만나 악수하고 인사했습니다. 이 행사에는 IOC 회원국 대표라면 누구나 초청받습니다.

외교 행보는 사실상 이것으로 끝난 것으로 보입니다.

5일부터는 리우올림픽 개회식 참관 외에 이렇다 할 공식 활동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최 부위원장이 5일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과 담화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른 국가 정상급 인사들과 만났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별도 회담이 아닌 IOC 만찬이나 올림픽 개회식에서 잠시 만나 의례적으로 인사한 것을 과대 포장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최 부위원장은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 권한대행 등 각국 요인들을 접촉하려는 시도는 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접촉 대상이 만나주지 않아 회동에 실패했다는 소문이 브라질 외교가에 나돕니다.

최 부위원장은 스포츠외교 일정에 차질을 빚자 남는 시간에 주로 관광이나 북한 선수 응원으로 소일했습니다.

북한이 강세를 보이는 종목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이 수시로 카메라에 포착됐습니다.

지난 10일에는 탁구, 다이빙, 역도 등 하루에만 3개 경기장을 밤늦게까지 옮겨 다니며 강행군을 했습니다.

7일에는 금메달 유력 후보였던 역도 엄윤철의 경기를 북한 장웅 IOC 위원과 함께 관전했으나 은메달에 그치자 곧바로 자리를 떴습니다.

8일에는 리우데자네이루의 대표적 관광 명소인 예수상을 찾은 모습이 현지 교민의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최 부위원장의 이번 행적은 최근 국제 종합스포츠대회에 참석한 북한 고위급 인사들과 비교하면 매우 초라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014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 참석한 김영남 당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하 당시 직책)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담화했습니다.

같은 해 인천 아시안게임 폐회식에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 등으로 이뤄진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했습니다.

당시 북측 고위급 대표단은 정홍원 당시 국무총리 등 정부 고위층, 여야 국회의원 10여 명과 만나 제2차 남북고위급 접촉 문제를 다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최 부위원장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 응원했는데도 북한선수단의 성적은 초라했습니다.

북한은 13일(현지시간)까지 금메달1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2개에 그쳤습니다.

4년 전 런던올림픽에서는 금메달 4개를 확보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체육 강국을 통한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무색하게 하는 성적입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