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사드피해 外人은 겁안냈다…기관이 판 화장품주 등 담아
입력 2016-08-11 17:52  | 수정 2016-08-11 20:25
'바이 코리아'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들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인해 피해를 본 종목 비중을 늘리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달 1일 이후 단 3거래일을 제외하고 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들은 지난달 8일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의 보복 조치 가능성을 우려해 주가가 하락한 '사드 피해주'를 적극적으로 담는 중이다. 사드 피해주의 비중을 축소하고 있는 국내 기관투자가들과 시각이 정반대인 셈이다.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 내 한류를 이끄는 화장품,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음식료, 소비재 업종 등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3% 이상 상승한 코스피와 비교해 생활용품 업종은 15%포인트, 미디어 부문은 8%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이 기간 중국 수혜주인 에스엠(수익률 -20.96%), LG생활건강(-17.27%), 아모레퍼시픽(-10.54%), KT&G(-6.79%) 등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오히려 조정장을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고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외국인들은 4271억원어치를 담은 반면 기관들은 5285억원어치를 팔았다. 기관들이 에스엠을 5428억원 순매도하는 동안 외국인들은 오히려 307억원 순매수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류 스타 및 콘텐츠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요구는 지속될 것"이라며 "아울러 생활용품, 화장품 등은 중국 내 대체재 부재에 따라 하방 경직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매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런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를 이끄는 세력은 유럽계 자금이다. 지난해 순매도 흐름을 보여줬던 유럽 국가들이 올해는 꾸준히 국내 주식 보유금액을 늘려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이 사들인 국내 주식 약 4조1000억원 중 유럽이 2조7693억원을 차지했다. 미국(7000억원), 아시아(800억원)와 비교해 압도적 물량이다.
영국 자금의 국내 주식 보유금액(7월 말 기준)은 37조5840억원으로 미국(182조8680억원) 다음으로 많았다. 지난달 7848억원을 순매수한 영국 자금은 총보유금액도 작년 말(35조3610억원)과 비교해 6.3% 늘었다.
또 지난달 국내 주식을 7786억원어치 사들인 독일 자금은 연초 이후 주식 보유금액이 18.1% 증가한 5조342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유가 하락으로 재정 부담이 커진 아부다비투자청과 두바이투자청이 순매도를 늘리면서 아랍에미리트(UAE)의 상장주식 규모는 작년 말 대비 21.8% 줄어든 6조4520억원이었다.
모닝스타·유안타증권 분석에 따르면 신흥국시장 중 한국, 대만, 브라질, 러시아로의 글로벌 유동성 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신흥국 펀드 내에서 한국 비중은 작년 말 8.8%에서 지난 6월 말 기준 9.0%로 다소 늘었다.
2013~2014년 인도, 대만, 중국 등 다른 아시아 신흥국들의 펀드 내 비중이 증가할 때 한국 투자 비중은 제자리였던 것에 비하면 달라진 흐름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 호전으로 한국의 투자 매력이 높아진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룩셈부르크와 스위스 등 조세회피처의 단타성 자금이 포함된 유럽계가 매수 주도층이라는 점에서 갑작스러운 이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채종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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