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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터널’ 하정우 “좋은 이야기는 계속 들어도 좋아요”
입력 2016-08-09 17:38 
사진=옥영화 기자
자동차 영업대리점의 과장 정수(하정우 분). 큰 계약 건을 앞두고 들뜬 기분으로 집으로 가던 중 갑자기 무너져 내린 터널 안에 홀로 갇히고 만다. 대형 터널 붕괴 사고 소식에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정부는 긴급하게 사고 대책반을 꾸린다. 지지부진한 구조 작업은 인근 제2터널 완공에 큰 차질을 주게 되고, 정수의 생존과 구조를 두고 여론이 분열되기 시작한다./ ‘터널


[MBN스타 최윤나 기자]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선 매력적인 백작으로 독특한 그만의 연기를 최대한 선보였던 배우 하정우가, 이번엔 ‘터널로 또 다른 연기를 펼친다. 한 번 보면 쉽게 잊혀지는 얼굴이 아닌데 매번 영화를 볼 때마다 그는 다른 얼굴로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천의 얼굴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배우이자, 배우라는 직업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그다.

좋은 이야기를 해주면 계속 들어도 계속 좋아요(웃음). 또 물론 그거에 대해서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경우도 있죠. 제가 그런 정도의 사람인가에 대해서요. 그 차이를 넘어서려고 더 파이팅을 하죠. 박찬욱 감독님은 자신의 영화 리뷰를 절대 찾아보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좀 안 좋게 리뷰가 나오면 상처를 받기 때문에요. 그건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것 같아요. 똑같은 인간의 마음이 아닐까 싶고요. 근데 저는 제가 감독한 영화의 리뷰는 가슴 떨리게 보게 돼요. 경험해보니 그렇더라고요(웃음).”



하정우가 이번에 만난 작품은 ‘터널. 터널 안에 갇혀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편의 모노드라마다. 다른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야 했던 영화들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홀로 연기해야하는 부분이 더 많았다. 그런 지점에서 그가 느낀 힘든 점은 없었을까.

시나리오를 받고서는 혼자 나오고 하는 것들이 ‘더 테러 라이브와 비슷하지 않나 싶었어요. ‘터널 시나리오 10페이지를 읽고 나서 이 인물이 움직임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알고, 다르게 연기할 수 있겠더라고요. 새로운 공간에서 발생하는 잠재적인 재미들이 있더라고요. (연기하는) 상대방이 있으면, 그 변주에 따라서 저도 변주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데 이건 없으니까요. 주변에 사물들을 감지하면서 마음대로 연기를 하면 되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아가씨 촬영을 할 때 박찬욱 감독님은 조사 하나, 토시 하나 틀리지 않고 뱉길 원하셨는데 그런 스타일은 배우에게 답답함이 있어요. 뭔가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고요. 근데 ‘터널은 상반되게 연기하니까 도리어 그 안에서 재미를 찾으려 노력했죠.”

사진=옥영화 기자


이번 영화에선 하정우가 참 많이 고생했다. 좁디 좁은 차 안에서 홀로 연기를 했어야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 분진은 아니더라도 많은 가루를 마셔가며 촬영을 감행했어야 하기 때문. 그간 많은 작품에서 힘든 역할을 도맡아 했던 그이지만, 이번엔 정말 고생했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현장이었다.

정신적으로 힘들진 않았어요. 촬영하는 게 제 일이기 때문에 힘든 부분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는 매번 있기 때문에 이번이라고 해서 다른 것 같진 않고요. 혼자 연기하면 제 방향이 맞는 지 의심할 경우도 있는 거기 때문에 그런 거에 대한 고민과 고충 정도죠. 정수는 긍정적이고 세일즈맨이니까 저도 남을 생각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에요. 인생의 모토가 인생 3막이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자신이 처한 현실을 긍정적으로 풀고 삶의 의지를 불태우고요. 현실에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전 그런 인물을 보고 싶기도 했어요.”

사람이 큰일을 한 번 겪고 나면 그의 생각도 바뀐다는 말이 있다. ‘터널에서 하정우는 직접 터널에 갇힌 건 아니었지만, 직접 갇힌 사람을 연기했기에 영화를 촬영하면서 바뀐 생각도 있었을 것. 이에 하정우는 차에 생수를 한 박스를 사다 놔야겠다는 생각 정도가 들었어요. 요즘은 이상한 교통사고, 사건사고가 많아서 그런 걱정이 많이 생겼죠. 이상한 일이 많으니까요. 조심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옥영화 기자


1년 전 여름에 ‘암살로, 이번 해 여름에는 ‘터널, 또 내년 여름엔 ‘신과 함께를 통해 관객들을 만날 하정우. 특히 올해는 39살의 그가 마지막의 30대를 보내는 해이기도 하다. 새로운 40대의 시작 그리고 새로운 작품을 앞두고 있는 앞으로 그의 계획은 어떨까.

여행도 가고, 시나리오는 아직 구상 중이에요. 전체적인 구조가 정해지면, 작가에게 맡겨서 초고를 뽑고 계속 시나리오를 쓸 생각이에요. 그런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해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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