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코스피 9개월만에 2040…이번엔 `박스피` 깰까
입력 2016-08-09 17:32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상향 호재를 만난 코스피가 연이틀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수년째 박스권 장세에 갇혀 '박스피'로 불리던 오명을 이번엔 벗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9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2.66포인트(0.62%) 상승한 2043.78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4포인트(0.12%) 오른 2033.52로 출발해 한동안 2030선 중반을 횡보하다 오후 1시부터 기관이 '사자'로 돌아서면서 상승폭을 키웠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2040선을 넘은 것은 지난해 11월 6일(2041.07) 이후 9개월 만에 처음이다.
최근 글로벌 유동성 확대, 국내 기업들의 좋은 실적에 전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역대 최고인 AA로 상향 조정한 이슈가 더해지면서 외국인들의 '바이 코리아'가 계속된 게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달 코스피 4조9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월별 순매수액으로는 지난해 4월(4조6493억원) 이후 1년4개월 만에 최대치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서도 지난 3일을 제외하고 계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이날도 208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소속 상장사 영업이익은 총 150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국내 주식시장은 다른 신흥국 및 선진국 시장에 비해 20~50% 할인된 수준이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다"고 진단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상대적으로 우량하지만 저평가된 자산에 유동성 자금이 몰리고 있다"며 "아시아에서 한국 시장은 안정적인 편이지만 가장 저평가돼 있었는데 신용등급 상향 이슈가 발생해 증시에 호재가 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산유량 동결 기대감으로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위험상품 선호 심리가 개선된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9월 인도분은 전 거래일보다 1.22달러(2.92%) 상승한 배럴당 43.02달러에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포스코 LG화학 등이 전날보다 3% 이상 오르며 지수 상승에 힘을 보탰다.
코스피가 2050 코앞까지 올라간 상황에서 향후 박스권을 탈피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신흥국 증시가 박스권을 뚫고 올라가는 데 반해 한국만 유동 상승폭이 작았다"며 "8~9월 중 박스권 상당을 상향 돌파하는 랠리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 기업 실적 개선과 10월 이전에 대외적 큰 변수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달 중순까지 지수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며 "올해 하반기 중에는 2120까지 갈 수 있다"고 밝혔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외국인 매수세 확대로 3분기 또는 4분기 초에 코스피가 연중 최고점을 달성할 것"이라며 "최대 212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신용등급 상향 이슈가 반드시 증시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상승 동력으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2012년 이후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이 단행한 여섯 차례 등급 상향 조정 이후 국내 주가 흐름은 천차만별이다. 등급 상향 조정 발표일로부터 향후 30거래일 동안 코스피가 1.6~4.7%까지 상승한 경우가 세 차례 있었지만 나머지 세 차례는 최대 5.7% 하락했다. HMC투자증권이 기간을 더 확대해 2000년 이후 신용등급 이슈와 코스피 흐름을 분석한 결과 증시 상승 효과는 한 달간 1% 정도였다.
변준호 HMC증권 연구원은 "신용등급 변동은 다소 후행적인 경향성을 갖고 있어 주가 상승을 담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채종원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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