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이틀째를 맞은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6명이 국내 비판여론을 의식해 최대한 입조심을 하고 있으나, 이들과의 좌담회에 참석한 중국 학자들이 거침없이 사드 반대와 한국의 친미태도를 비판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민주 방중의원단은 9일 중국 판구연구소((盤古智庫) 를 방문해 중국 측 전문가들과 좌담회를 가졌다. 판구연구소는 표면적으론 민간 싱크탱크이지만, 공산당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사실상 공산당 입장을 반영하는 관제연구소 성격이 강하다.
이날 좌담회에는 중국 내 사드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사드 반대 논리를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 참석인사는 이펑(易鵬) 판구연구소 이사장, 왕둥(王棟) 베이징대 부교수, 가오쭈구이(高祖貴)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원 부원장, 리빈(李彬) 칭화대 국제관계학과 교수 등이다.
판구연구소 측은 좌담회 전 기자들에게 리빈 교수가 한중 양국 매체에 기고한 칼럼을 제공했다. 칼럼은 한중 안보 딜레마를 푸는 해법으로 한국이 사드의 TPY-2 레이더를 배치하지 않고 그린파인 레이더나 사드 요격미사일을 유도할 비슷한 능력을 가진 다른 레이더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리 교수는 토론회에서도 이같은 주장을 펼치며 사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 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베이징대 교수들과의 좌담회에서도 중국 교수들은 사드 배치 과정에서 한국의 소통 부족과 ‘친미 경사를 지적하며 한국이 지나치게 미국 입장을 따라가는 것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방중단 일원인 신동근 의원은 생각보다 중국의 반대와 우려가 심각함을 느꼈다”며 베이징대 좌담회에선 중국측 교수들이 ‘지난 6월 시진핑 주석이 황교안 총리에게 사드배치 결정시 중국의 조치에 대해 한국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같은 말이 사실이라면 지난달 8일 한국 정부가 사드배치를 결정하기 전에 이미 중국측이 한국에 대한 보복가능성을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더민주 의원들은 사드 문제에 대한 입장 피력은 자제하고 중국 측에 한중 관계가 처한 어려움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에 대한 견해만 밝혔다고 한다. 결국 국내 비판 여론을 의식해 신중한 행보를 하고 있는 방중 의원단과 달리 중국 측은 사드 배치의 문제점을 거침없이 거론하면서 이번 방중이 중국 관변학자들이 주장을 펼칠 수 있는 공론화 장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민주 의원들은 방중 첫날에 예정됐던 김장수 주중 대사와의 면담 및 한국 기업간담회까지 취소되면서 체면을 구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는 더민주 의원들이 김장수 대사와의 조찬 간담회를 먼저 요청했으며 일정 협의 과정에서 주중대사관 방문이 어렵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방중 의원단 측 관계자가 주중대사관 측에서 면담을 요청했고 취소도 먼저 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 것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중국 매체가 취재하지 않았던 전날 베이징(北京)대 교수들과의 좌담회와 달리 신화통신과 차이나데일리, 환구시보, 글로벌타임스 등 관영매체를 포함해 10개 가량의 중국 매체가 참석해 큰 관심을 드러냈다.
[베이징 = 박만원 특파원 / 서울 =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