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낙동강 오리알 된 CJ헬로비전…LG유플러스 행보에 ‘주목’
입력 2016-08-09 16:45  | 수정 2016-08-09 22:36

LG유플러스가 향후 케이블 TV 업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M&A) 불허 결정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고 산업계와 국회마저 이번 결정에 대한 질타를 쏟아내면서 방송통신시장 M&A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 LG유플러스는 방송통신시장이 결합상품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선(이동전화) 회선 대비 유선(초고속인터넷) 회선이 부족한 상황이다.
9일 매경닷컴이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자료를 직접 분석한 결과 LG유플러스는 무선 회선 대비 유선 회선이 425만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내놓은 올해 6월 유·무선 회선 통계와 KISDI가 조사한 결합상품당 무선 회선수(2014년 기준)를 토대로 산출한 수치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비전의 케이블 TV 가입자 409만명(지난 6월 기준)을 흡수할 경우 이를 상당 부분 메꿀 수 있다.
케이블 TV는 이통 3사의 인터넷(IP) TV와 달리 초고속인터넷을 포함하지 않고 단독으로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이통사가 케이블 TV 업체를 인수하면 중·장기적으로 케이블 TV 가입자를 초고속인터넷 가입으로 끌어들여 3종 결합상품(TPS)까지 유도할 수 있다. 케이블 TV는 방송권역 단위로 서비스가 가능해 가입자가 거주지를 옮길 경우 해당 지역의 케이블 TV 업체로 연결해주는 방식을 취하는데 이통사가 케이블 TV 사업을 겸한다면 방송권역 제한이 없는 IPTV 상품으로 가입자 이탈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LG유플러스가 M&A 추진을 결심하더라도 KT와 연대해 SK텔레콤-CJ헬로비전 M&A를 맹비난했던 게 부담으로 작용해 차선책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CJ헬로비전 외에도 케이블 TV 3위 사업자인 딜라이브가 매물로 나와 있다.
◆SKT-CJHV 인수합병은 ‘엎어진 물…LGU+, 정책변화에 ‘촉각
공정위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주식 인수와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간의 합병을 불허하면서 두 업체에 대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방송통신 융합을 저해한다는 비판에 케이블 TV 사업자와 이통사와의 결합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게 아니라고 명확히 밝힌 것이다.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이번 건은 이동통신 시장 1위 사업자(SK텔레콤)와 케이블TV, 알뜰폰 시장 1위 사업자(CJ헬로비전)의 기업결합에 관한 내용”이라며 경쟁제한성이 이보다 적은 다른 조합의 기업결합이 있을 수 있는데 경쟁제한성 정도에 따라 조치 수준이나 내용이 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LG유플러스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동안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유료방송시장을 KT와 양강 체재로 가져가는 것을 염려해 비판의 칼날을 세웠지만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이 10%를 밑돌아 타개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혁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공정위의 시장 구획과 관련된 기준에 대해서 LG유플러스가 여러모로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향후 공정위, 미래부 등 인가기관의 정책변화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지켜볼 계획이고 다양한 옵션(M&A 등)을 설정하고 갈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SK텔레콤-CJ헬로비전 M&A 무산과 관련해 지적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 기준을 회의적으로 평가하면서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미래창조과학부도 문제삼고 있다. 여기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마저 산업 구조조정에 물꼬를 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지나간 결과는 어쩔 수 없더라도 정부가 향후 M&A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대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이유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은 정책 현안 보고서를 통해 이번 공정위의 SKT와 CJ헬로비전 결정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향후 더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심사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며 국회 해당 상임위원회는 공정위와 미래부에 엄중히 따지고 납득할 수 있는 해명과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 과거 데이콤 비싸게 사…M&A에 신중할 듯”
LG유플러스가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를 고려하더라도 문제는 가격이다.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인수를 추진하면서 내부 사정을 훤히 알게 돼 CJ헬로비전의 기업 가치가 이전보다 상당히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CJ헬로비전도 이를 의식한 듯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힌 상태이며 CJ그룹 관계자도 M&A 재추진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가 있겠지만 외부에 밝힌 정도로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LG그룹도 거액을 투자했지만 만년 3위에 머물고 있는 LG유플러스에 대한 투자가 부담일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010년 LG텔레콤이 LG데이콤, LG파워콤을 흡수합병해 출범한 기업으로 흡수합병된 두 기업도 앞서 LG그룹이 인수한 회사들이다. 특히 데이콤 지분 확보전에서 2대주주인 동양이 삼성과 LG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인 탓에 비싼 값을 치러야했다. 일각에서는 대기업들과 지분 경쟁을 펼치고 LG 반도체까지 매각하며 정보통신사업을 밀었지만 기대에 크게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가 과거 LG텔레콤과 유·무선 시너지를 내기 위해 데이콤 인수전에 뛰어들었는데 비싸게 사들여 예상보다 큰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면서 향후 추가적인 M&A가 있더라도 가격은 물론,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해 1분기 말 LG유플러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4536억원으로 집계됐다. CJ헬로비전 지분 53.92%는 가격이 9000억원으로 책정된 바 있으며 유선방송시장 3위 업체인 딜라이브는 이보다 더 낮게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국 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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