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가을만 맛보는 국산 새우 ‘이젠 여름에도 즐긴다’
입력 2016-08-09 16:33 

한 여름 강하게 내리쬐는 햇볕으로 논밭의 곡식들이 무르익어가고 있는 9일 인천광역시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저 멀리 500m 정도 밖으로 바닷가가 눈에 들어오는 논길을 가다보니 논밭들 사이로 비닐하우스 두 동이 사이좋게 붙어 세워져 있다.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서니 채소밭이 아닌 대형 수조가 차지하고 있다. 폭 8.5m에 길이 72m로 길게 늘어선 세 개의 수조에는 황금빛 물이 가득 채워져 있고 물 위에는 기계가 물을 튀겨가며 산소를 공급하고 있다. 이곳은 국내 처음으로 가을제철 새우를 실내양식하는데 성공한 새우 양식장이다. 612㎡(약 185평)의 수조 세개의 바닥에는 약 40만마리의 새우가 살고 있다.
‘철없는 새우가 시중에 등장했다. 원래 국산 새우의 제철은 9~10월 가을이다. 국산 90% 이상이 양식을 통해서 공급되고 있는데, 새우는 28~30도의 수온에서만 성장하기 때문에 비교적 따뜻한 남부지방에서는 5월 중순에 새우 치어를 입식해 9월에 수확을 하고, 중부지방에서는 6월 초순에 입식해 10월에 수확을 한다. 9~10월이 아닌 시기에 시중에서 소비되는 생물 새우는 대부분 따뜻한 태국에서 직배송된 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그 외에는 국산, 페루산, 에콰도르산을 막론하고 모두 냉동새우다.
특히 국내에서는 새우 수요량이 여름 바캉스 시즌인 7~8월에 구이용으로 몰리는데 이를 전량 수입에 의존해왔다. 실제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지난해 대형마트 월별 새우 판매액 추이를 살펴봐도 8월의 수입 새우 판매액이 19억96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수입과 국산을 합한 판매액은 9월과 10월이 26억2900만원, 24억200만원으로 더 많았지만 이는 국내산의 공급량이 모두 몰려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철이 아닌 8월에 새우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곳이 비닐하우스를 활용한 실내 양식장이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 안에 수조를 가져다놓고 이곳에 바닷물을 끌어와 새우를 양식한다. 일반적으로 바다 한켠의 땅을 이용해 양식하는 ‘노지(露地) 양식과 달리 수조에 물을 받아 생산하며 전기 보일러를 통해 수온을 조절한다. 이번에 롯데마트를 통해 처음으로 여름 새우를 대형마트에 선보인 청정수산의 이윤재 대표(58)는 여름 국산 새우라는 틈새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일반적인 입식 시기보다 두달 가량 앞당긴 3월 초에 새우를 입식하고 수온을 조절해왔다”며 이 때문에 대형마트에서 8월초부터 국내산 생물 새우를 맛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수온을 조절해서 새우를 양식하는 것이 예전에 고려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넓은 수조의 물을 모두 전기 보일러로 데우는데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실제로 30평 규모 수조의 온도를 조절하는 것만해도 매달 100만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같은 비용 문제를 해결해준 것이 ‘바이오플락이라는 기술이다. 해수부가 5년전부터 보급하고 있는 이 기술은 플랑크톤을 이용해 물속 오염물질을 정화시킨 후 이를 먹이로 다시 이용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사용하면 황금빛을 띠는 미생물이 자체적으로 수질을 정화해줘 주기적으로 물을 갈아주는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 30~50배 올라가서 수온 조절에 들어가는 비용을 상쇄한다. 특히 이 기술을 활용하면 새우의 면역력이 높아져 새우의 병해를 막기 위해 사용했던 항생제나 유해약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해수부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2014년까지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이 기술을 접하고 명예퇴직을 결심했다”며 바이오플락 기술로 키운 새우는 먹고 난 뒤 손에서 나는 비린내가 거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자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9~10월 일반 노지 양식장에서 나오는 새우 물량이 끝나갈 무렵의 틈새시장을 노리기 위해 지난 6월에 새로운 치어를 또 입식해 11월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향후 일년 사시사철 새우 수확이 목표다. 신호철 롯데마트 수산팀 상품기획자(MD)는 가을철 별미인 국산 새우를 이 삼복더위에 100g당 2980원에 판매하고 있다.”며 비닐하우스에서의 수온 조절을 통해서 새우뿐만 아니라 모든 수산물의 제철 개념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며 고 전했다.
[강화도 =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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