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자폐증 원인 밝혔다…‘신경망 가지치기’ 결핍 탓
입력 2016-08-09 14:39 
왼쪽부터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윤승용·김동호 교수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자폐증의 원인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서울아산병원 뇌과학교실 윤승용·김동호 교수팀은 뇌 발달과정에서 신경망이 과다연결돼 자폐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증명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이른바 ‘신경망 가지치기 결핍으로 인해 나타난다는 기존 의학계의 가설을 증명해 낸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생후 초기 머릿속 신경세포가 연결되는 과정에서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불필요한 신경망을 ‘가지치기 해주는 자가포식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폐 증상이 나타난다. 정상적인 뇌 발달을 위해서는 자주 사용되는 신경망은 강화되고 불필요한 신경망은 제거되어야 하는데, 불필요한 신경망 제거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자폐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로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성 결핍, 소통장애, 반복적 행동 등을 보이는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최근 30년간 환자가 10배가량 증가했다. 사회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과거에는 신경망 발달 저하가 자폐증의 원인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최근 생후 초기 자폐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의 뇌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커진다는 사실이 관찰된 이후에는 오히려 뇌 속 신경망의 과다한 연결이 자폐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연구팀은 신경망 가지치기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미세아교세포에 주목했다. 미세아교세포는 뇌세포의 약 10-15%를 차지하는 면역세포로 뇌 속 감염이나 손상이 일어났을 때 ‘자가포식작용을 통해 문제가 되는 부분을 먹어치워 없애버리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뇌 속 환경미화원인 셈이다. 연구팀은 미세아교세포의 자가포식작용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atg7 유전자가 결손된 생쥐를 만들어 행동을 관찰했다. 정상적인 생쥐와 비교 관찰한 결과, 이 유전자가 결손된 생쥐에게서 대표적인 자폐 증상인 사회성 결핍과 특정행동 반복이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 안에 낯선 생쥐를 들여보냈더니 정상 생쥐는 약 220초 동안 관심을 보인 반면, atg7 유전자 결손 생쥐는 약 150초 동안만 낯선 쥐와 상호작용을 했다. atg7 유전자 결손 생쥐의 상호작용 시간은 약 68%에 불과했고, 혼자서 보낸 시간은 120초로 정상 생쥐의 80초에 비해 약 1.5배 높아 심한 사회성 결핍을 보였다.
생쥐들의 습성인 ‘땅에 물건을 묻는 행동을 관찰한 결과, 정상군이 10개의 구슬을 땅에 묻는 동안 atg7 유전자 결손군 생쥐는 15개의 구슬을 땅에 묻었다. 자폐 증상이 특정행동 반복을 약 50% 더 많이 보인 것이다. 특히 자폐 증세를 보이는 생쥐의 뇌를 해부해 신경망을 분석한 결과, 신경세포 사이를 이어주는 ‘수상돌기 가지의 개수가 늘어나 있었다. 이는 신경망의 과도한 연결이 자폐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연구를 주도한 윤 교수는 뇌 속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의 자가포식작용 결여가 자폐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밝혀짐에 따라, 이를 활용한 새로운 자폐증 치료법이 개발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와 보건복지부의 연구비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분자 정신의학誌 (Molecular Psychiatry, 인용지수 13.314)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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