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EU에서도 '열정페이'…"인턴 8천명 중 절반이 무급"
입력 2016-08-07 19:21 
EU 열정페이/사진=연합뉴스
EU에서도 '열정페이'…"인턴 8천명 중 절반이 무급"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등 EU 기구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젊은이 8천 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는 주장이 7일(현지시간) 제기됐습니다.

외교관이나 국제기구 근무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유엔과 함께 '꿈의 무대'로 불리는 EU에서조차 젊은이들의 '열정페이(무급 또는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적은 월급을 주면서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행태를 비꼬는 말)'가 횡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럽의회에서 슈먼 연수생으로 일했고, 지금은 유럽의회연수생협회의 '공정한 인턴십 소위원회' 멤버라고 자신을 밝힌 엘로디 셀리에는 이날 EU 관련 전문 매체인 EU옵서버에 투고한 글에서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셀리에는 "브뤼셀에서는 현대사회에서 생각할 수 없는 일, 무급노동이 새로운 노멀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브뤼셀 인턴 NGO'는 매년 8천 명 이상의 청년들이 'EU 버블(거품)'이라고 불리는 브뤼셀의 인턴과정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무급으로 일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U의 기구들은 매월 1천 유로~1천 250유로에 달하는 재정적 보상과 건강보험, 교통비 등의 조건을 내걸고 인턴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턴 자리를 놓고 경쟁이 매우 치열합니다.

집행위의 대표적인 인턴 채용 프로그램인 '블루 북 인턴십 프로그램'의 경우 1년에 2번, 600명씩 채용하는데, 2만5천 명 이상이 지원해 말 그대로 '바늘구멍 경쟁'을 벌인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채용되지 못한 젊은이들 가운데 EU 기구에서 일하기를 원해서 무급 연수생으로 채용된 사람이 수백 명에 달하며 심지어 EU 관리들조차 이런 문제를 모른다고 셀리에는 밝혔습니다.

유럽의회의 의원 사무실에서 일하는 인턴 가운데도 무급 인턴들이 상당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의원이 인턴의 월급을 결정하기 때문에 아무런 보수를 받지 못하는 인턴들이 속출한다는 게 셀리에의 주장입니다.

지난 7월 13일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의회 연수생들과의 면담에서 "보좌진들의 월급으로 2만2천 유로를 받는 의원들이 여전히 무급 인턴들을 고용하려고 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사이언 시몬 유럽의회 의원이 지난달 집행위에 무급 인턴 수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결과, 지난 6월 1일 기준으로 집행위가 전체 인턴의 4분의 1인 200명 이상의 무급 인턴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더욱이 EU 대외관계청(EEAS)의 경우 제3국에 있는 약 140개 대표단이 매년 400명 이상을 무급인턴으로 채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EU에서 무급 인턴이 늘어나는 등 '열정페이'가 이어지자 지난 6월 유럽의회와 집행위에서 일하는 인턴들이 회의를 열고 EU 기구의 무급 인턴 문제를 협의, 하반기에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하기로 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고 셀리에는 덧붙였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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