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노경은의 ‘슬라이더·투심’에 희비 엇갈린 롯데-두산
입력 2016-08-07 06:02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전에 선발로 등판한 롯데 자이언츠 노경은. 롯데 이적 후 처음으로 친정 두산을 상대한 노경은은 6이닝 1실점으로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시즌 2승째를 거뒀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노경은(32·롯데 자이언츠)이 자신의 글러브를 한 차례 치며 포효했다. 타석에 있던 오재일(30·두산 베어스)은 고개를 숙인 채 3루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롯데의 경기 4회초에 나온 장면이다.
불안하게 두산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던 노경은은 4회초 시작하자마자 선두타자 민병헌에 좌전안타를 내줬다. 이후 김재환을 5구째 130km 포크볼로 2루 땅볼로 유도, 민병헌을 2루에서 잡아냈다. 다만 김재환이 1루에서 살면서 병살처리를 시키지 못한 게 아쉬운 장면이었다. 양의지에 볼넷을 내주며 1사 1,2루 위기를 자초한 노경은은 김재호를 다시 2루 땅볼로 유도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병살처리를 하지 못했다. 2사 3루, 불씨는 계속됐다.
타석에는 3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노경은에게 3루타를 뽑아낸 오재일이 들어섰다. 노경은은 변화구 위주로 승부했다. 2구까지 스트라이크를 먼저 잡았지만, 이후 볼 3개를 연거푸 던져 풀카운트가 됐다. 거기서 노경은의 선택은 슬라이더였다. 134km짜리 슬라이더가 높게 날아갔고, 오재일은 크게 헛스윙하고 말았다. 위기를 또 다시 무실점으로 넘기는 순간이었다.
앞서 노경은은 3회초 선두타자 오재일에게 3루타를 맞고, 후속타자들을 범타로 처리하며 실점 없이 넘어갔다. 1회는 삼자범퇴, 2회는 선두타자 김재환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유격수병살로 처리하며 큰 위기 없이 넘어갔다.
3회와 4회 불안했지만 실점하지 않은 효과는 4회말 나타났다. 두산 선발 마이클 보우덴에 꽁꽁 막혔던 롯데 타선은 저스틴 맥스웰-황재균의 백투백 홈런을 시작으로 대거 6점을 뽑았다. 5회 1실점을 한 노경은은 6회 다시 삼자범퇴로 마무리하며, 이날 역할을 마쳤다. 투구수는 85개뿐이었다.
운명은 참 얄궂기만 하다. 5월까지만 해도 노경은은 두산 선수였다. 하지만 부진에 따른 2군행, 그리고 은퇴소동에 이어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김태형 두산 감독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하며 논란에 휩싸이며 5월31일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롯데로 와서도 부진은 계속됐다. 8점대 평균자책점에 선발로는 5이닝을 버티기가 힘들었다. 지난 30일 수원 kt전에서 6⅓이닝 2자책점으로 부활을 예고했지만, 확실한 믿음은 주지 못했다. 결국 노경은이 친정을 제물 삼아 선발로테이션을 지키게 됐다.

이날 노경은은 스트라이크 46개, 볼 39개로 이전보다 제구가 좋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맞춰 잡는 전략이 통했다. 특히 슬라이더가 위력적이었다. 85구 중 슬라이더가 가장 많은 26개였다. 최고 139km까지 나온 예리한 슬라이더에 두산 타자들은 알면서도 대응하지 못했다. 또 17개를 던져 8개의 땅볼을 유도한 투심도 효과적이었다. 노경은도 경기 후 슬라이더가 130후반 정도의 구속이 나오며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었고, 투심 역시 좋았을 때의 모습이 나오고 있어 효과적인 승부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상 밖 노경은의 호투에 롯데와 두산은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롯데가 11-1로 이기며 노경은은 선발 5연패를 끊고, 시즌 2승째를 올렸다. 반면 두산은 4연패에 빠지며 선두에서 내려와야 했다. 노경은은 친정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둬 감회가 남다르다. 오늘 마운드에 올라갈 때 길게 던지겠다는 생각보다 한 이닝 한 이닝 전력을 다해서 던진다는 생각을 했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