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탈북부부 7쌍 서울대서 결혼식 올려…"순백 드레스 소원 이뤘네요"
입력 2016-08-06 20:16 
탈북부부/사진=연합뉴스
탈북부부 7쌍 서울대서 결혼식 올려…"순백 드레스 소원 이뤘네요"

"한국 땅에 발 디딘 순간부터 드레스 입는 상상을 했답니다."

북한이탈주민 이진영(가명ㆍ39ㆍ여)씨는 '앉은잔치'로 결혼한 것이 한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결혼할 때 신부 쪽이 잔치 준비를 하는 게 관례다. 신랑이 와 잔치를 즐기고 신부를 데려갑니다.

그러나 이씨는 집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해 신랑 집에서 잔치를 치러야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이를 신부가 편하게 결혼식을 치렀다는 의미로 '앉은잔치'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이씨는 남편 김진수(가명ㆍ44)씨와 함께 2011년 자유를 찾아 한국으로 탈출했습니다.

'자유의 땅'에 발을 디디는 순간 그가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이었습니다.


이씨는 "탈북 직전 몇 년간 몰래 한국 영화를 즐겨 봤어요. 예쁜 여주인공이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남자주인공과 결혼하는 장면이 종종 나오잖아요. 언젠가는 꼭 이런 결혼식을 해보고 싶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에 온 뒤에도 새로운 체제에 적응하고 생업을 이어가느라 바빠 서양식 결혼식을 올릴 기회가 없었던 이씨는 서울대의 도움으로 소원을 이뤘습니다.

서울대는 개교 70주년을 맞아 6일 호암교수회관에서 이씨와 같은 북한이탈주민 부부 7쌍의 합동결혼식을 마련했습니다.

3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부부들이 회색 신랑 예복과 웨딩드레스를 입고 쑥스러운 듯 식장에 차례로 들어섰습니다.

주례는 성낙인 서울대 총장이 직접 맡았습니다. 성 총장은 "언젠가 다가올 평화통일의 그 날을 기약하면서 자유의 품을 찾아오신 여러분이 대한민국 땅에서 편안하게 삶을 영위하는 게 우리의 간절한 바람"이라며 축하했습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신부는 감격했는지 연배가 비슷한 주례 앞에서 한동안 눈물을 흘렸습니다.

축가는 서울대 교수 합창단이 맡았습니다. 교수 10여명이 나란히 서 '사랑의 서약'을 부르며 새 출발 하는 부부들을 응원했습니다.

이씨는 "한국 최고 대학인 서울대에서 총장님의 주례와 교수님들의 축가 속에 최고 수준의 결혼식을 치렀다. 정말 확실하게 소원 성취를 한 것 같다"며 활짝 웃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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