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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버스킹] 잔나비, OST에 가려졌던 진짜 얼굴을 드러내다
입력 2016-08-06 15:13 
사진=페포니 뮤직 제공
[MBN스타 남우정 기자] 김혜자와 나문희(‘디어 마이 프렌즈), 최지우(‘두번째 스무살), 서현진(‘식샤를 합시다2) 등 지금까지 잔나비(최정훈, 유영현, 김도형, 윤결, 장경준)하면 떠오르는 얼굴들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몽키 호텔을 기점으로 잔나비는 자신들의 진짜 얼굴을 드러냈다.

지난 4일 잔나비가 첫 정규 앨범인 ‘몽키 호텔(Monkey hotel)을 발표했다. 2014년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발표하는 정규앨범이자 약 1년6개월만에 OST가 아닌 자신들의 이름으로 내놓은 앨범이었다. 그래서 잔나비 멤버들의 기분도 남달랐다.

5명이서 만든 첫 창작물이기도 하고 밴드한테 정규 앨범은 앞으로의 음악이 이런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밝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잔나비가 할 음악을 보여줄 거라고 본다.”(김도형)

작년에 윤결과 합류했다. 계속 OST 작업만 하다가 저희 앨범을 내니까 시행착오도 있지만 진짜 잔나비의 노래를 하는 것 같다. 친구들이 곡을 쓰는 걸 보면서 앨범이 만들어지는 과정까지가 어렵다는 걸 배우게 됐다. 저희가 의도한 것들에 대해 듣는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대되고 궁금하다.”(장경준)

전 밴드도 처음이고 앨범에 처음 참여한다. 믿기지 않고 자랑스럽기도 하 설레고 아직 얼떨떨하다.”(윤결)

총 10곡이 수록된 이번 정규 앨범은 스토리텔링을 담아낸 시리즈물이다. 첫 정규앨범답게 온힘을 다했다는게 여실히 느껴졌다. 몽키호텔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채롭게 표현했다. 이번 첫 번째 앨범은 소설이나 드라마의 첫 회처럼 캐릭터들과 그 관계를 설명해주는 역할을 한다. 웨이트리스, 메이드, 벨보이, 청소부 등 호텔 직원들이 캐릭터로 등장하고 투숙객이 관찰자가 됐다. 앨범 재킷은 각 곡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삽화가 삽입되어 있다.

음악만 채우기 보단 재미있고 어필할만한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제가 날짜를 잘못 잡아서 작업 도중에 홍콩 여행을 가게 돼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근데 홍콩에 가보니 호텔도 많고 원숭이도 많더라. 그걸 보면서 우리가 호텔 벨보이 복장을 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아예 호텔을 콘셉트로 스토리를 만들어버리자는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써놓았던 곡들 중에서 콘셉트에 맞는 곡을 골랐고 이후엔 스토리에 필요한 곡을 만들었다. 이렇게 작업을 시작했는데 굉장히 재미있었다. 저희끼리도 역할 놀이를 하는 느낌이었다.”(최정훈)

타이틀곡은 2번 트랙인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이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두번째 스무살 ‘식샤를 합시다2의 OST로 잔나비의 음악을 처음 접했다면 이번 타이틀곡을 듣고 의외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특유의 흥겨움보다는 잔잔하고 감성적이다. 세련되기 보단 친근한 올드팝적인 느낌이 난다. 앨범 전체를 표현할 수 있는 곡은 동명의 타이틀인 9번 트랙 ‘몽키 호텔이지만 타이틀곡은 사운드적인 부분을 기준으로 정했다. 의도적인 선택이기도 했다.

OST와는 다르다는 걸 의도하긴 했다. OST는 특성상 드라마의 요구에 맞췄다면 정규 앨범을 작업을 할 때 그런 것들을 피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작년에 공연을 할 때 사연을 받아서 만든 곡이다. 스토리상 여자 인물이 필요했는데 삽화와도 잘 어울리고 곡을 쓸 때 느낌도 마치 내려온 것처럼 좋아서 그걸 믿고 타이틀곡으로 선정을 했다. 호텔 투숙객으로 온 원숭이와 사랑에 빠졌다가 실연을 당하는 웨이트리스의 노래다.”(최정훈)

쉬운 밴드면서 쉬운 음악을 하고 싶다. 요즘 밴드들이 잘 쓰지 않는 가사나 내용들을 많이 썼다. 그래서 뭔가 올드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했다. 어떤 곡은 녹음하다가 노이즈가 있었는데 그게 좋아서 테이프로 녹음하기도 했다. 그런 미세한 것들이 모여서 잔나비의 색을 만든다는 의도가 비춰졌으면 좋겠다.”(장경준)

지난 1년간 잔나비는 본인들의 앨범보단 OST 작업을 활발히 해왔다. 배경으로 흘러나온 노래만 듣더라도 잔나비의 음악이라는 것을 각인시킬 만큼 본인들만의 색도 드러났다. OST와 함께 수익과 팀의 인지도도 올라갔다. 팬들과 부모님이 좋아다는 것을 보면서 뿌듯함도 느꼈다. 그럼에도 잔나비의 음악에 목이 말랐고 간절했다.

작년 한 해 동안 OST를 많이 하면서 저희가 쓰는 곡이지만 외부적인 요소들이 투입되기 때문에 순수 창작물이라고 볼 수 없었다. 행사도 많이 다녔다. 밴드로서 자존심이 약가 스크래치가 갔다. 그런 부분을 저희도 되찾고 싶었다. 처음 밴드를 시작했을 때 포부, 에티튜드를 다시 되찾고 싶었던 것 같다. 처음엔 하고싶어도 못했던 일이었는데 지금와서 OST로 팀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맞지 않은 것 같다. 저희의 창작물을 열심히 만들어내서 OST에 지지않게 노력하겠다.”(최정훈)

그 바람대로 잔나비의 ‘몽키호텔은 기존의 OST와는 전혀 다른 색을 보여주고 있다. 잔나비의 스펙트럼이 이만큼 넓었다는 것을 자신감 있게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몽키호텔로 그 시작을 알린 잔나비는 다음 앨범을 통해서 ‘몽키호텔의 본격적인 스토리를 보여줄 예정이다. 첫 발걸음을 뗀 잔나비의 다음 이야기가 벌써 궁금해졌다.

이번 앨범을 통해서 여러 가지를 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색이 확실해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정말 노력했고 그 노력이 배신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앨범 만족도를 100점이라고 한다면 단 1점도 깎기 싫다. 음악적으로도 마음에 안 든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저희의 진심과 정성을 쏟았기 때문에 만점이라고 생각한다.(유영현)

아무래도 제일 이 밴드를 하면서 원하는건 잔나비만의 것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번 앨범엔 슬픈 노래도 있고 신나는 노래도 있는데 장르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잔나비 느낌이 나게, 슬프건 빠르건 잔나비 냄새가 있다는 게 확실하게 인식이 되었으면 한다.”(김도형)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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