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담배연기 내뿜는 흑인 여판사 밀치고 침뱉은 백인남성 '무죄'
입력 2016-08-06 13:23 
데이비드 니코시아와 아네트 허버드 판사/사진=연합뉴스
담배연기 내뿜는 흑인 여판사 밀치고 침뱉은 백인남성 '무죄'

80대 흑인 여판사와 담배 연기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다 중범죄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5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IT사업가 데이비드 니코시아(57)는 2014년 7월 일리노이 주 쿡카운티 법원이 있는 시카고 데일리 센터 입구에서 담배 연기를 뿜어대는 베테랑 흑인 여판사 아네트 허버드(81)와 언쟁을 벌이다 얼굴에 침을 뱉고 밀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쿡카운티 법원 제임스 오비시 판사는 전날 열린 재판에서 "고소인이 판사가 아니었다면 니코시아가 가중폭행 및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오비시 판사는 "고소인 허버드 판사가 당시, 다른 이들보다 더 큰 권리를 가진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며 "니코시아가 '너무 가까이에서 담배 연기를 뿜는 것은 무례한 일'이라고 말했을 때 자리를 조금만 움직였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허버드 판사가 항의에 불만을 품고 쫓아와 그를 붙잡았을 때 니코시아가 취한 행동도 칭찬할만 하지는 않다. 신사가 숙녀를 대하는 태도가 아니었다"며 "사회적으로 성공한 두 전문직 인사가 사소한 논쟁 때문에 재판까지 오게 된 것이 실망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오비시 판사는 허버드 판사가 몸싸움의 결과로 뇌진탕 후유증을 앓았다고 주장했으나 증빙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도 판결 배경으로 설명했다. 허버드 판사는 사건 직후부터 지난 1월까지 17개월간 병가를 냈습니다.

고소인 허버드 판사는 앞서 심리에서 "외부 일을 보고 법원으로 돌아오다 건물 입구 쓰레기통 옆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는데, 누군가 공격적인 매너로 연기에 대해 불평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건물 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없음을 설명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는 "바로 그때 니코시아가 다가와 '(흑인 여성 인권 운동가) 로자 파크, 비켜'라며 얼굴에 침을 뱉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니코시아는 허버드 판사가 그의 얼굴에 연기를 내뿜은 뒤 "줄 게 있다"며 침을 뱉어 입과 안경, 셔츠에 묻었다면서 "담배와 침이 섞인 맛이 역겨웠다. 그래서 그녀의 타액을 제거하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허버드 판사는 법원에 배치돼있는 보안관들을 불러 니코시아에게 수갑을 채우도록 했고, 이 와중에 니코시아는 허버드 판사를 넘어뜨렸습니다.

니코시아는 "당시 미친 사람을 상대하는 기분이었다"며 "'안경과 셔츠를 증거물로 보존해달라'고 부탁했으나 보안관들의 웃음만 샀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시카고 트리뷴은 허버드 판사가 1969년부터 인권 전문 법조인으로 일했으며, 1997년 판사로 지명된 후 (6년 임기) 재선에 3차례 성공했다고 전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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