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英 레벨39, "세계각국 220社 입주…핀테크 요람으로"
입력 2016-08-04 17:29 
런던 커네리워프에 위치한 `레벨39`.
◆ 금융그룹-핀테크 스타트업 상생전략 / ⑤ 英 '레벨39' 가보니 ◆
"땡땡땡." 오후 3시 영국 런던 커네리워프 중심에 위치한 핀테크 육성기관인 '레벨39'에 간식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갓 구운 쿠키를 중심으로 각자 작은 방에서 컴퓨터와 씨름하던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몰려들었다. 금세 레벨39는 왁자지껄하는 소리로 시끄러워졌다. 바로 레벨39의 가장 큰 강점인 '네트워킹' 현장이다.
레벨39는 런던시티와 커네리워프 그룹이 공동으로 설립한 세계 최대 핀테크 육성기관이다. 민관 합동 기관인 이곳은 핀테크와 스타트업 회사들을 육성하면서 투자자나 멘토를 연결해주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몰려온 1500여 개 스타트업이 레벨39에 들어오기를 희망했지만 이 가운데 220여 개만 레벨39에 입주한 상태다.
2년째 레벨39에서 블록체인 기술 기반 디지털 자산 교환 플랫폼을 키우고 있는 애덤 레너드 블록엑스 대표는 "이곳에서 수많은 실패와 성공 사례를 눈으로 직접 보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벨39에는 스타트업 200여 개뿐 아니라 투자자, 멘토, 기타 에코시스템 서비스 제공자들이 함께 근무하며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

레벨39가 있는 원캐나다스퀘어빌딩 39층의 사방을 둘러보면 바클레이스, JP모건, HSBC, 씨티그룹 같은 세계적인 대형 금융회사가 자리하고 있다. 레너드 대표는 "우리 회사가 만든 블록체인 체계에 전통적인 금융회사를 끌어들이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레벨39 주변에 있는 금융회사들이 모두 우리의 잠재적 고객"이라고 말했다.
레벨39는 소통과 함께 경쟁을 통해 입주 업체들의 기술 발전을 도모한다. 매년 이곳 업체들 가운데 4분의 1 정도가 짐을 싸고 그 자리를 새로운 업체가 채우는 시스템이다. 스타트업이 성장해서 나가는 경우도 있다. 보통 직원이 15~20명에 이를 정도로 회사가 커지면 레벨39를 떠나는 게 원칙이다.
레벨39를 떠나면 '스타트업 졸업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졸업할 때 스타트업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 금상첨화다. 예를 들면 지난해 글로벌 상위 50개 핀테크 기업에 선정된 요들리(Yodlee)도 레벨39 졸업자다. 요들리는 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 금융 플랫폼 회사로 통합 계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요들리는 지난해 미국 엔베스트넷에 인수됐는데 당시 기업가치가 5억9000만달러에 달했다. 런던이 세계적 창업도시인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함께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의 요람으로 부상한 것은 이처럼 소통과 경쟁, 투자와 육성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완벽하게 구축돼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핀테크 시장 규모는 200억파운드(약 29조원)로 추정되며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핀테크 산업이 연평균 50%가 넘는 고속 성장을 지속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핀테크 분야에서 당분간 독보적 지위를 누릴 것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레벨39에 입주하는 것이 스타트업들에는 사업 초기 최대 목표 중 하나다. 레벨39 나름의 선별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타트업 업체들은 런던 동북부에 위치한 '테크 시티'에서부터 레벨39 입주를 위한 단계를 밟는다. 테크 시티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기술 관련 창업 클러스터다. 창업 아이디어가 있으면 테크 시티에서 초기 단계의 인큐베이팅을 거치고, 그 후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면 레벨39에 지원할 수 있다.
<시리즈 끝>
[런던 = 박윤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