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중국 6월에 ‘복수비자 확대’ 합의 8월엔 말바꿔
입력 2016-08-04 16:28  | 수정 2016-08-05 16:38

중국 측이 지난 3일 한국인에 대해 상용 복수비자 업무를 해왔던 자국 대행업체 자격을 갑자기 취소시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결정에 대한 ‘보복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중 양측에서는 갑작스러운 중국 측 조치와 사드 배치 결정이 무관하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전후 상황을 종합해보면 한국에 대한 ‘준법성 보복 성격이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양국은 복수사증 발급 대상을 확대하고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해왔지만 중국은 지난 3일 한국인 대상 비자 정책을 사실상 예고없이 뒤집었다.
이에 앞서 한·중 양국은 사드 배치 발표 직전인 지난 6월 베이징에서 열렸던 양국 영사국장회의에서도 1998년에 체결된 ‘사증절차 간소화 및 복수 입국사증 발급에 관한 협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 양국 국민의 출입국 편의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로 하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당시 한·중은 양측 외교부와 법무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과장급 실무협의를 발족해 상사주재원 체류상 애로 해소, 복수사증 발급 대상 확대 등 협정 개정 논의의 장으로 활용하자”고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은 한·미가 사드 배치를 발표하고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한국 기업인들의 상용비자 취득을 위한 초청장 발급 대행을 독점해온 업체의 자격을 갑자기 취소시켜 불편을 초래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6월 한중 영사국장 회의때 중국이 (자국의) 대행업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중국 측 조치가 아무리 합법적이라고 해도 관행이 바뀌며 국민들의 불편이 초래된만큼 오는 10월경 과장급 실무협의때 어떻게 불편을 해소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자 발급요건 강화 조치 이후) 중국 측에서 ‘내부적인 프로세스로 해결한 것이기 때문에 미리 말해주기 쉽지 않았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우리도 3개월쯤 전에 한국 비자를 대행하는 중국 현지업체 상당수의 권한을 정지시켰다”며 양측 정부가 문제가 있는 업체의 (초청장 발급) 자격을 취소시키는 것은 상시적이라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하긴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은 한국인에 대한 전격적인 상용 복수비자 발급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과정에서 한국 측과 어떠한 협의도 거치지 않았다. 물론 출·입국 업무는 각국의 주권 사항이라 외국과 반드시 협의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매년 1000만 명이 넘는 양측 국민들이 왕래하는 상황이고 연례적 영사국장협의체도 존재하는 상황에서 중국 측이 일언반구도 없이 군사작전하듯 상시적으로 중국을 찾는 한국인들에게 불편을 초래한 것은 적절치 못한 조치로 평가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 외교당국 역시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이 내놓을 여러 보복성 조치를 적절하게 예상하지 못해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중국 측 조치에 대해 (사드 배치결정으로) 예상됐던 결과이고 비자 문제로 잠시 불편한 것은 이제 시작일 것”이라며 보다 심각하게 중국의 입장을 역으로 이해하면서 대응책들을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사드가 한반도(북한)에만 국한된다는 점을 ‘제도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중국과 러시아가 우려하는 사드의 MD(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계)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훈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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