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9급 공무원 '타향 출신'이 점령…지역 유대감·충성도 낮아 이탈자 ↑
입력 2016-08-03 10:40 
9급 공무원 / 사진=MBN
9급 공무원 '타향 출신'이 점령…지역 유대감·충성도 낮아 이탈자 ↑


"요즘은 중고등학교 지역 후배 공무원을 찾기가 정말 힘들어졌다. 공무원 직업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공부 잘하는 외지사람들이 시군공무원을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진 것 같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25년째 일하는 수원지역 출신 공무원 이모(52)씨는 "후배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공무원이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역 출신들이 차지했던 시군 9급 공무원을 이제는 서울 등 대도시 타지 젊은이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실제 수원시의 최근 2년간 9급 공채 공무원의 현황을 살펴보면 서울 출신 합격자 수가 가장 많습니다.

2014년도 수원시 9급 공채 공무원 172명 가운데 수원지역 출신은 14명(8.1%)입니다. 서울 출신이 33명(19.1%)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경상남도 20명(11.6%), 전라북도가 수원시와 같은 14명을 차지했습니다.


이듬해인 2015년에도 211명의 합격자 가운데 서울 출신이 28명(13.2%)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전라북도(22명·10.3%)와 충청남도(19명·8.9%)에 이어 수원 출신(18명·8.4%)이 4번째로 처졌습니다.

지난해 9급 공채에 합격해 올 3월부터 수원시의 한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전모(28)씨는 안성이 고향이지만 대학교는 서울에서 다녔습니다.

그는 "주위에서 보면 저 같은 외지사람이 공무원으로 들어온 것을 당연히 여기고, 오히려 수원이 들어오면 신기해한다"면서 "지역 출신 공무원이 지금은 더 희귀해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여주시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2014년도 신규 채용 9급 공무원 67명 가운데 15명이 여주 출신이고 이보다 3배 이상 많은 52명이 타지역에서 왔습니다.

2015년에도 70명 합격자 가운데 여주 출신은 24명이고 46명은 타지역 출신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주시 최희수 인사팀장은 "은퇴를 앞둔 50년대 말이나 60년대 초 공무원들은 거의 다 여주지역 출신자들이었다"면서 "지금은 외지사람 유입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역 출신 공무원 감소 현상에 대해 시군은 우려가 큽니다. '지역색'을 따지는 것이라기보다는 시군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져 서울시나 중앙 부처 등 더 좋은 곳을 찾아 중간에 떠나가는 이탈자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또 지역에 정서적, 경제적 기반이 없다 보니 결혼이나 출산 등을 이유로 공무원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나옵니다.

수원시의 경우 올해 초 임용된 9급 공무원 가운데 1명은 서울시로 전출했고, 1명은 결혼 때문에 수원시를 떠났습니다.

이럴 경우 남은 공무원들이 빠져나간 공무원의 업무까지 떠안게 되면서 불만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중간에 공무원을 새로 뽑을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새로운 인력을 선발할 때까지 꼬박 1년간 업무 공백을 메워야 합니다.

이천시의 경우 2014년 9명의 신규 채용 공무원이 두 달여 만에 그만두고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로 가버렸습니다.

의정부시도 2014년도에 채용한 신규 공무원 55명 가운데 15명이 서울시로 이직했습니다.

경기도 시군과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 이중으로 합격한 뒤 '큰 물(?)'인 서울시로 갈아타는 것입니다.

경기도 시군 합격자 발표 3개월 후인 12월 초순에 서울시 공무원 합격이 발표되면서 시군에 2달 정도 잠시 일하다가 서울시에 합격하면 주저 없이 서울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시군은 최종 합격자의 15∼20%가 이직할 것에 대비해 그만큼 많은 인원을 채용하는 편법을 쓰고 있습니다.

여주시 최희수 인사팀장은 "외지사람이 우수한 성적으로 들어오니까 실력 면에서 일을 잘할 수는 있지만, 여주시가 최종 목적지가 아닌 경우 금방 떠나간다"면서 "그럴 바에는 차라리 여주시에 오래 남아있을 지역 출신을 공무원으로 뽑는 게 더 낫다"고 하소연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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