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남3구 아파트 "전세 잘 안나가"…기존 아파트는 '역전세난' 우려
입력 2016-08-01 08:22 
사진=연합뉴스
강남3구 아파트 "전세 잘 안나가"…기존 아파트는 '역전세난' 우려



"요즘 월세는커녕 전세도 잘 안 나가요. 작년 11월에 비해 전셋값도 평균 3천만원 정도 떨어졌습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S공인 대표)

"전세 아파트가 나와도 한 달 이상 소화가 안 되고 있어요. 여름방학이 코앞인데 이렇게 전화문의조차 없는 경우가 있었나 싶은 게 '역전세난'이 생기는 거 아닌가 걱정됩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L공인 대표)

전세시장이 예년에 비해 잠잠한 가운데 강남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의 전세시장에 때아닌 찬바람이 감돌고 있습니다.

국지적인 전세 물건이 부족한 곳은 여전하지만 최근 전세가 나와도 소화가 안 되고 이에 따라 가격도 약세를 보이는 곳도 크게 늘었습니다.

신도시와 택지지구 등 수도권과 지방 곳곳에 새 아파트 입주가 증가하면서 기존 아파트 단지에선 '역전세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 '강남 3구' 입주 물량 증가에 학군 수요도 급감…전셋값 약세

최근 재건축 고분양가 등의 영향으로 집값 상승세를 견인했던 강남 3구가 전세시장에서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7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강남 3구 아파트 전셋값이 일제히 하락했습니다. 강남구가 0.18% 떨어졌고 서초구가 0.10%, 송파구가 0.01% 각각 내렸습니다.

이달 들어 강남 3구의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말보다 0.07% 떨어졌습니다. 작년 7월 강남 3구의 전셋값이 평균 1.09% 오른 것과 대조적입니다.

통상 방학 이사철을 앞두고 학군 수요가 몰리던 곳이지만 올해는 지난 겨울방학에 이어 여름에도 방학특수가 실종됐습니다. 강남 3구 월별 평균 전셋값은 올해 들어 1월과 6월에 소폭 상승 전환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이너스입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작년까지만 해도 1년 중 겨울방학 때 전세가 가장 잘 나갔고 그다음이 여름방학인데 올해는 방학특수가 거의 없다"며 "대치동 선경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전세 호가가 7억5천만∼7억8천만원으로 작년 말과 비슷한 수준인데도 소화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대치동의 중개업소 사장은 "요즘 휴가철 비수기로 접어들었지만 여름방학 수요가 방학 때 이사를 하려면 이미 전세시장이 움직였어야 하는데 올해는 겨울방학 때부터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전세는 줄줄이 나와 있는데 시세보다 1천만∼2천만원 낮춘 전세도 빨리 소진이 안되다 보니 가격도 약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강남구 개포동도 마찬가지다.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장마철에 더운 날씨까지 겹쳐 전세를 알아보러 오는 사람도, 전화문의도 거의 끊긴 상태"라며 "전세 만기가 임박했는데도 전세수요가 없어 역전세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초구 반포·잠원동 일대의 기존 아파트들도 전세 소화가 더딥니다.

잠원동 A공인 관계자는 "휴가철을 앞둔 지금이 비수기라 볼 수 있지만 예년보다 전세수요가 훨씬 더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지난달부터 신반포래미안팰리스의 입주가 시작됐고 9월부터 입주하는 아크로리버파크까지 총 2천500가구에서 전세가 나오다 보니 기존 아파트 전세는 더욱 순환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1987년 입주한 잠원동 강변아파트 전용면적 66.29㎡의 경우 지난해 연말 4억8천만원이던 전셋값이 최근 4억2천만∼4억4천만원으로 4천만원 이상 하락했습니다.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해 잔금 납부 기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서초구 신반포팰리스는 지난달 입주 초기 10억∼11억원이던 전셋값이 현재 9억∼10억원으로 1억원이나 떨어진 상태입니다.

강남권의 경우 입시제도 변화로 학군수요는 점점 감소하고 있는데 위례·하남미사지구 등 인근의 신도시와 택지지구에서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점이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송파구 잠실의 경우 비교적 지은 지 오래된 미성·진주아파트 등은 물론 새 아파트군에 속하는 잠실 엘스·리센츠 등의 전세도 수요가 없어 냉랭합니다.

장미아파트 전용 82㎡ 전셋값은 4억5천만∼5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천만원 하락했습니다.

잠실동 K공인 대표는 "위례 등 신도시 입주 영향을 송파·강동구가 가장 많이 받고 있다"며 "잠실 엘스도 작년 말보다 평균 3천만원 떨어졌지만 전세가 안 나가 물건이 쌓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외환위기 이후 짝수해보다 홀수해에 전세 이동 수요가 많아 전셋값이 더 많이 오르는 점, 전셋값 인상분을 월세로 돌려 재계약하는 경우가 증가한 점 등도 전셋값 안정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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