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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인터뷰] 이초희가 ‘운빨로맨스’를 만난 건 ‘운빨’이 아니다
입력 2016-07-29 10:44 
사진=옥영화 기자
[MBN스타 유지혜 기자] 배우 이초희가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에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어딘지 심심하고, 숨이 막혔을 듯하다. 코믹한 연기로 드라마의 ‘숨통이 됐던 그가 ‘운빨로맨스를 통해 좀 더 주목을 받게 된 건 당연하다. 그렇다면 이초희가 ‘운빨로맨스를 만난 건 순전한 ‘운 때문이었을까? 조금씩 천천히 걸어온 그의 행적을 보면 결코 ‘운빨이 아니라는 건 대번에 알 수 있다.

이초희는 ‘운빨로맨스에서 주인공 심보늬(황정음 분)의 절친한 친구이자 제수호(류준열 분)가 CEO로 있는 게임회사 직원인 이달님을 맡았다. 그는 혼자 제수호를 짝사랑하며 소설을 쓰는가 하면, 1층 카페 사장이자 제제팩토리 최대 주주인 한량하(정상훈 분)와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지는 ‘코믹발랄 캐릭터로 열연했다.



‘운빨로맨스를 한 것 자체가 복이 많았다. 제게 있어서는 좋은 필모그래피였고, 많은 분들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감독님, 스태프 분들과 배우 분들을 얻어서 더욱 감사하다. 개인적으로 달님이 캐릭터는 회사 분들께서 ‘딱 너다라고 해주셨다. 하지만 제가 잘 할 수 있을까 처음엔 걱정도 됐다.”

뒤돌아보면 달님이가 그냥 이초희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했건만, 정작 이초희 스스로는 걱정이 많았단다. 달님이처럼 사랑스럽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는 출발이었다. 그럼에도 설렘에 무게추가 하나 더 실렸던 건 달님이가 그동안 해왔던 캐릭터와 ‘조금은 달랐기 때문이었다.

제겐 달님이는 좀 달랐다. 일단 전문직이었다.(웃음) 경찰, 헤어 디자이너 등 다른 직업도 경험해봤지만, 게임회사 직원은 제가 자주 볼 수 있는 직업군이 아니라 잘 모르겠더라. 그리고 사랑스러워야 했지만 초반에는 대본상 웃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항상 근심하고 뛰어다녔다.(웃음) 그래서 초반에 어떻게 이 ‘달님이란 친구를 잘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사진=운빨로맨스 방송 캡처


하지만 이런 걱정은 1회 방송이 나가고 나서 사라졌다고. 모니터링을 하며 ‘온갖 곳에 참견하고 다니고, 내리 인상 쓰고 있어도 사랑스럽게 보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이초희는 김경희 PD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그와 함께 ‘코믹 러브라인을 펼친 한량하 역의 정상훈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처음 둘이서 함께 했던 장면이 생각난다. 정상훈 선배님에 ‘이 거짓말쟁이, 다 안다면서요라며 투닥투닥 싸우는 장면이 처음이었다. 그걸 찍자마자 ‘우리의 케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배려도 정말 잘 해주시고, 전 이끌어주시는 대로만 하면 될 정도였다.”

이초희는 애드리브도 진짜 많았다”며 ‘오늘 끝나고 뭐해요?가 ‘오늘 끝나고 월미도 가서 디스코팡팡 타러 갈래요?로 변하는 ‘마술을 봤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이 결혼을 약속하고 서로에게 ‘아르르르거리며 애교를 피우는 장면도 애드리브였다고. 이초희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웃음 참는 일이었다”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황정음, 이청아와 같은 주변 배우들의 얼굴들도 떠올리는 것 같았다.

사진=옥영화 기자


청아 언니와는 싸우는 신이 있었는데, 그 몸싸움을 하면서 달님이로서, 이초희로서 마음이 다 해소됐다.(웃음) 황정음 언니에게는 정말 제가 부족한 상대였다. ‘로코퀸이란 타이틀을 벌써 가지고 있는 배우다. 처음 함께 할 때에는 제가 너무 부족해서 죄송한 마음이 있어서 힘들기도 했다. 배우는 연기 잘 하는 살마과 함께 하면 재밌지 않나. 이번에 그런 걸 많이 느꼈다. 항상 제가 부족해서 문제였지.(웃음)”

자신을 향해 수없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운빨로맨스에서 이초희는 그야말로 ‘숨통을 담당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자꾸만 엇갈리는 주인공들의 로맨스에서 유일하게 맘놓고 웃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이초희의 몫이었다. 이초희는 저도 제가 이런 역할을 하게 될줄은 극이 진행된 뒤에 제대로 알았다”고 웃음을 지었다.

초반에는 다소 만화적인 달님이에 현실성이 떨어질까봐 그 부분을 걱정했고, 이렇게 맘놓고 웃을 수 있는 코믹 캐릭터일 줄은 몰랐다. 주변 분들의 리액션이 워낙 좋아서 더 잘 살았다. 제수호와 심보늬(황정음 분)가 슬픈 상황인데 우리만 너무 재미를 위해 가볍게 보이는 건 아닐까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께서 잘 조절해주셨기에 저 혼자만의 걱정으로 끝났다.”

사진=옥영화 기자


달님이란 캐릭터는 이초희의 발랄함을 극대화시킨 캐릭터였고, 분명 이전에 그가 맡은 캐릭터와는 느낌이 달랐다. 하지만 이초희는 명량하고 밝고, 선한 기본 축은 비슷한 캐릭터들이라 오히려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아 외적인 변화를 주면 금방 새로워진다”고 위트있게 받아치는 그는 낯선 배우가 될 수 있다는 건 좋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데뷔를 했다. 배우로 산지 5년이 됐다. 변화를 줘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직까지 제 손에 달린 일은 아니라고 본다. 미래에 대한 것도 그렇다. 어떤 큰 그림을 그리면서 쫓아가는 편은 아니다. 쉼 없이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앞으로도 계속 하다보면 제가 어딘가에 가 있을 거고, 뒤돌아보면 하나의 그림이 나오지 않을까.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니라, 그리다보니 어떤 그림이 나오는 것, 그것도 맞는 걸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이초희는 스스로를 향해 ‘느린 편이라고 했다. 쉼 없이 달리기 위해 달린 게 아니라 ‘운 좋게 함께 하자는 이들이 계속 나타나 이렇게 작품을 하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다져온 세월, 그의 내공을 그저 ‘운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쉴새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달려온 그 시간들이 있기에 그가 ‘운빨로맨스를 만나 유일무이한 ‘숨통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느리지만,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그의 행보를 응원해본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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