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유4사, 비정유 부문 강화…유가 따른 ‘실적 요동’ 최소
입력 2016-07-29 09:47 

정유업체들이 유가 변동에 따라 실적이 요동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정유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2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잔사유 고도화설비, 석유화학·윤활유사업을 강화해 비정유 부문 이익의 비중 확대를 추진중이다. 유가변동으로 인한 실적의 증감폭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기 위한 방안이다.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으로 만들어 파는 정유 사업은 정유사가 사업을 얼마나 잘 하느냐보다 유가 변동에 이익이 더 크게 좌우된다.
올 2분기 정유사들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줄고 영업이익은 늘어났다.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는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각각 20.9%, 18.4%, 14.3%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각각 12%, 6.1%, 38% 늘었다. GS칼텍스는 아직 실적을 공시하지 않았다.

이 같은 실적은 2분기에 유가가 상승한 덕에 가능했다. 1분기 20달러대에 머물던 유가는 2분기 40달러대까지 오르면서 정유사들에 원유 재고평가이익을 안겨줬다.
윤재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2분기 실적이 좋게 나온 것은 약 3700억원의 재고평가손실환입(전 회계기간에 하락한 재고가치가 회복하면서 발생하는 이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사업 부문에서 2분기에 705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 유가 상승으로 생긴 불로소득인 셈이다. 다른 정유사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영향, 세계 경기 침체 등 유가 하락 요인이 더 많다. 정유사들은 지난 2분기와 반대로 원유 재고평가손실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실제 윤 연구원은 3분기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을 2분기의 절반 수준인 5771억원으로 전망했다.
정유사들이 제품 판매가격이 석유제품보다는 유가변동에 영향을 덜 받는 화학·윤활유 사업을 키우려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또 원유를 정제하고 남는 잔사유(벙커C유, 아스팔트)를 재처리하는 고도화설비를 확충해 석유제품 원가 절감도 시도한다.
GS칼텍스는 가장 큰 잔사유 고도화설비를 갖고 있다. 하루에 잔사유 27만4000배럴을 처리해 고도화비율은 34.9%다.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의 고도화 비율은 각각 23.7%, 22.1%, 39.1%다.
고도화비율 높이기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대오일뱅크다. 올해 하반기부터 2018년까지 5000억원을 투자해 고도화비율을 46%까지 높일 계획이다. 고도화비율 40% 정도면 중동산 원유를 정제하면서 나오는 잔사유를 모두 처리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원유보다 가격이 싼 잔사유를 구입해와 고도화설비에 투입, 값비싼 석유제품으로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잔사유는 보통 원유보다 10달러 정도 싸게 거래된다.
에쓰오일은 2018년 4월까지 4조8000억원을 투자해 ‘고도화와 석유화학 복합시설(RUC&ODC)을 구축할 예정이다. 잔사유를 처리하는 한편 석유화학제품 생산도 강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새로 구축하는 석유화학 설비는 폴리프로필렌(PP), 산화프로필렌(PO)을 각각 연 40만5000t, 30만t 생산하는 규모”라며 앞으로 원유에서 나오는 납사를 외부 판매하는 게 아니라 직접 석유화학제품으로 만들어 수익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PP는 화학섬유의, PO는 우레탄의 원료다.
현대오일뱅크도 석유화학제품 생산 능력을 강화하는 중이다.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만든 현대케미칼 공장이 올해 연말부터 상업가동을 앞두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대케미칼 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현대오일뱅크는 납사-혼합자일렌(MX)-방향족(BTX)으로 이어지는 화학제품 수직계열화를 이룬다”고 말했다. BTX를 가공해 폴리에스테르(기능성 의류 원단), 페트병 등을 만드는 원료인 파라자일렌(PX), 테레프탈산(PTA) 등을 만든다.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는 각각 연산 260만t, 135만t의 PX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PX는 정유사들가 생산하는 화학제품 중 가장 전방(최종 소비자가 접하는 제품과 가까운 생산 단계) 제품이다. SK이노베이션의 PX 생산능력은 국내 1위, 세계 6위다.
윤활유·윤활기유도 정유업체의 알짜 사업 부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생산량 기준으로 윤활유 시장 세계 3위, 고급 윤활유 시장 세계 1위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윤활유 사업은 규모는 작지만 이익률이 높은 사업”이라고 말했다. 윤활유 사업을 전담하고 있는 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매출 2조9590억원, 영업이익 281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9.5%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 연결 기준 영업이익률은 4.1%이다.
현대오일뱅크는 2014년 글로벌 석유기업 쉘과 합작한 현대쉘베이스오일을 설립, 지난해 윤활유 부문에서 영업이익 445억원을 올렸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현대쉘베이스오일이 윤활유 시장에 안착했다”고 자평했다.
정유업체 관계자는 현재 국제유가는 수요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실물상품이 아니라 자본의 움직임에 따라 가격이 요동치는 금융상품의 성격을 띠고 있다”며 이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유업체들은 이전까지 부산물로 여기던 제품을 직접 가공해 비정유 부문 수익 비중을 높이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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