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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해일 “자신있는 연기 無…호기심 자극하는 작품 선택”
입력 2016-07-29 09:17  | 수정 2016-07-29 09:25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왜 ‘덕혜옹주를 선택했냐고요? 궁금했어요, 조선 왕조 마지막 황녀인 ‘덕혜라는 인물에 대해, 그리고 그녀의 약혼자가 될 뻔한 김장한의 사연도. 시나리오를 읽으니 점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허진호 감독님에 대한 기대감,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출연을 결심하게 됐죠.”
선비 같은 정갈한 이미지에 묵직한 진지함 때문인지, 어딘가 다가가기 어려울 것만 같았던 그의 얼굴에서 온화한 미소가 사방으로 번졌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땐 남다른 애착과 사명감이 느껴졌고, 동료 배우와 제작진에 대해 말할 땐 강한 믿음이 느껴졌다. 캐릭터를 향한 치열한 고민의 흔적도 보였다. 무엇보다 영화 ‘덕혜옹주를 향한 배우 박해일의 시선은 시종일관 따뜻했다.
28일 오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박해일을 만났다. 그는 ‘덕혜옹주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덕혜옹주가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오르자 그녀를 찾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인물, 김장한으로 분한다. 어릴 적 왕실에서 내정한 약혼자였으나 일제에 의해 두 사람의 인연은 엇갈린다. 독립 운동가이자 평생 그녀를 지키고자 헌신하는 캐릭터다.
그는 김장환은 실존 인물이지만 자료가 거의 없다. 해석의 어려움은 컸지만 영화적인 변주가 가능한 흥미로운 캐릭터였다”고 소개했다.
영화 준비 기간이 길었기 때문에 ‘덕혜 옹주와 그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그 과정에서 김장환 캐릭터의 서사를 세세하게 완성시켰어요. 가장 큰 뿌리는 ‘왜 그는 덕혜옹주에게 평생을 헌신했을까였는데, 두 가지 큰 줄기를 가지고 갔죠. 원작 소설에도 나왔듯이 김장환은 한 때 그녀의 약혼자가 될 뻔한 깊은 인연이 있었고, 독립 운동가 집안의 핏줄로서 투철한 보호‧역사의식을 지닌 인물이라는 겁니다.”
극중 김장환은 어린 시절부터 줄곧 덕혜옹주의 곁을 지켰고, 옹주가 잠적한 뒤에도 끊임 없이 그녀를 찾아 고국으로 데려오고자 고군분투 한다. 박해일은 영화 ‘은교에 이어 또다시 노인 분장을 한 채 한층 깊이 있는 연기력을 뽐낸다.
노인 분장에 근엄한 목소리…언뜻 영화 ‘은교를 떠오르게 한다”고 물으니, 맞다. 그럴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배우로서 자신의 연령대와 다른 인물을 연기한다는 게 사실 많이 어색하고 힘든데 ‘은교의 경험 덕분인지 큰 부담감 없이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서 50대 기자 김장환만 존재했다면 ‘은교의 이미지가 강해 출연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김장환은 그간 배우로서 제가 축적해온 많은 경험들을 무기로 잘 표현해낼 수 있을만한, 복합적인 도전이 가능한 캐릭터죠. 20대 젊은 장환부터 노인장한까지, 독립운동가이자 군인이자 기자이자 한 남자…연기할수록 흥미롭고 욕심 나는 인물이었어요.”
덕혜옹주와 김장환은 오랜 동지이자 가족과도 같았고, 벗이자 안타까운 로맨스의 여지를 남긴 복잡 미묘한 관계로 그려진다. 그는 두 사람이 결혼을 못하게 됐다고 해서, 김장한의 감정이 담백하게 끝났다면 더 이상 아무것도 이야기 할 게 없었을 것”이라며 감독님과의 치열한 고민 끝에 거리를 둔 애절하고도 애틋한 두 사람의 로맨스 아닌 로맨스가 먹먹하게 그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을 먼저 본 주변 분들이 김장한의 캐릭터의 정서, 절제된 감정에 좋은 말들을 많이 해줬는데 이건 순전히 감독님의 연출적인 힘이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감독님의 눈과 손을 통해 듬직하면서도 부드럽고,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애잔한 캐릭터가 완성된 것 같아요. 감독님의 지휘 아래, 전 제가 가진 모든 무기를 꺼내 들고 연기했고요.”
박해일은 그동안 '국화꽃 향기' '살인의 추억' '괴물' '모던보이' '이끼' '최종병기 활' '은교' 등 다양한 장르로 관객을 만나 왔다. 다수의 굵직한 작품들을 통해 최고의 배우가 됐지만 여전히 연기에 대한 갈증은 남아 있다.
그에게 다양한 작품들을 해왔는데 어떤 연기가 자신 있냐”고 물으니 자신 있는 연기란 없다. 내게 흥미로움을 주고 호기심을 주는 분야에 계속 도전하고 있을 뿐”이라고 답했다.
작품을 선택할 땐, 굉장히 본능에 충실한 편이에요.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제작하고 개봉해 관객들을 만나고, 이와 관련 각종 홍보 활동까지…사실 한 작품에 소요되는 기간이 굉장히 길거든요. 그래서 그 긴 시간을 계속 애정과 열정 속에서 참여할 수 있을 만큼 제게 매력적인 작품을 선택해요. 캐릭터와 작품, 출연진 등등 자꾸 나를 궁금하게 하고 더 파헤치고 싶고, 잘 하고 싶게 만드는 그런 작품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다음 작품도 아마 그렇겠죠? 하하!”
끝으로 그는 ‘덕혜옹주에 대해 참 기묘한 경험을 준 작품”이라고 평했다. 그는 작품이 담백하고 깔끔하게 완성돼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다”며 역시나 뭉클했고 눈물이 나더라. 머릿 속으로 그려졌던 그림이 어떻게 스크린에서 표현될지 정말 궁금했던 작품이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같이 출연하는 배우들끼리 자기 영화를 보면서 훌쩍거리는 기이한 경험을 했어요. (웃음) 시나리오에서도 워낙 그런 감성을 강하게 느끼긴 했지만 완성본을 보니 더 새롭게 느껴지네요. 영화가 공개되면 관객 분들이 보시고 다양한 평가를 해주시겠지만, 영화뿐만 아니라 그 시대, 덕혜옹주나 그와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대화도 많이 나누셨으면 좋겠어요. 영화의 매력은 매력대로 즐기시되, 그 배경이 되는 고증을 한번 쯤 찾아보는 계기가 된다면 참여한 배우로서 뿌듯하고 영광스러울 것 같습니다.”
한편, 영화 ‘덕혜옹주는 대한 제국의 마지막 황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고종황제의 외동딸로 태어나 대한 제국의 사랑을 받은 덕혜옹주, 일제는 만 13세의 어린 덕혜옹주를 강제 일본 유학길에 오르게 한다. 작품은 매일같이 고국 땅을 그리워하던 덕혜옹주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렸다. 손예진 박해일 라미란 정상훈 등이 출연한다.
오는 8월 3일 개봉한다.
사진 강영국 기자/ 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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