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같은 나라 맞나요’ 가락동과 명동의 찜통더위 대처법
입력 2016-07-27 16:43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일대 한 대형 의류 상점이 냉방기기를 튼 채 출입문을 열고 영업하고 있다.

더우면 더운 데로 사는 거지. 이게 진짜 사람 사는 모습이야.”
27일 새벽 1시 20분 한 여름의 불청객 ‘열대야가 강타한 서울의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는 경매 준비에 더위를 잊은 듯 한 상인들의 바쁜 손길이 오갔다.
새벽인데도 이곳 과일 경매장 체감온도는 30도에 육박한다. 경매장 한편에 사과 상자를 내려놓던 하역 노동자 박 모씨(51)의 이마에도 땀방울이 맺혔다.
더운데 고생하신다는 기자의 위로에 박 씨는 바깥이 33도면 여기는 38도 까지 올라간다”며 이곳의 열악한 환경은 말도 못하지만 먹고살려면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제철 과일의 달콤한 냄새로 가득한 실내 과일 경매장은 말 그대로 ‘찜통이었다. 한낮을 방불케 하는 더위 속에 이곳 냉방 장치는 영업용 대형 선풍기 서 너 대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실내 공기가 덥다보니 ‘온풍기를 틀어둔 듯 선풍기에서는 따뜻한 바람이 흘러 나왔다. 경매 시작 전 고된 하역 작업에 이들의 땀을 잠시라도 식혀줄 수 있는 것은 좌판 음식점에서 내놓는 시원한 막걸리와 콜라 한 모금뿐이었다. 반팔도 더운지 민소매로 옷매무새를 고쳐 입은 하역 노동자 안 모씨(56)도 잠시라도 더위를 ?기 위해 왔다”며 급하게 막걸리로 목만 축이고 간다”며 일터를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수백 개의 소규모 점포에서 과일을 파는 소매상인들도 휴대용 선풍기 한대에 기대 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6㎡ 남짓한 공간에서 과일 좌판을 벌인 김 모씨(41·여)는 이곳 상인들을 선풍기 한대로 여름을 난다”며 냉장고까지 돌려도 한 달에 내는 전기세는 4~5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찜통 더위가 덮친 상황은 같지만 전날 오후 6시 서울 명동 일대의 상가 주변의 공기는 새벽 가락시장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옷과 화장품을 취급하는 상점들이 밖으로 내놓는 에어컨 냉기가 더위에 지친 행인들을 유혹했다. 이날 오후 2시 반 기준 최고 전력 수요는 8132만㎾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력 예비율도 9.2%로 뚝 떨어지면서 산업부 역시 긴급대응에 나섰지만 명동 일대 상점들에겐 ‘남의 일 인것 처럼 느껴졌다.
과도한 냉방에 대한 지적은 가게를 찾는 손님과 종업원 사이에서도 터져 나왔다. 명동을 자주 찾는다는 여고생 정 모씨(17·여)는 시원해서 좋기는 하지만 낭비라는 생각이 든다”며 정부에서 막 단속한다고 난리쳐도 그때 뿐이고 지금도 상점 문이 다 열려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매장에서 점원으로 일하는 이 모씨(25·여)도 유니폼이 반팔이라서 에어컨 바람에 추울 때를 대비해 긴팔을 갖고 다닌다”고 말했다.
냉방기를 켠 채 문을 열고 영업하는 행태가 에너지 낭비라는 지적에 옷가게를 운영하는 정 모씨(39·여)는 문을 안 열어 놓으면 손님이 끊긴다”며 찬바람을 찾아 들어와 보면 물건을 살 생각이 없더라도 한 번 보고는 가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가정집 절반도 안되는 가게에 한 달에 30만원이 가까이 전기세 고지서가 나오면 속이 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달 29일까지 한두 차례 비가 내린 뒤 장마가 끝날 예정”이라며 다음주부터 더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관측했다. 이 같은 날씨 전망에 더위에 지친 가락시장 상인들의 한숨과 명동 일대의 에어컨 광풍은 더욱 대조를 이룰 것으로 예측된다.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