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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이니 "비주얼 달려도 음악만은 자신있어요"
입력 2016-07-27 15:2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2013년 드라마 '응답하라 1994' OST에 수록된 '가질 수 없는 너'는 참 많은 이들을 추억 속에 울고 웃게 했다. 남성듀오 뱅크의 원곡과는 또 다른 감성으로 대중의 마음을 훅 파고든 주인공은 신인가수 하이니였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 위주로 제편된 가요계에서 홀로 살아남기란 제아무리 베테랑이라도 쉽지 않은 일. 하이니 역시 당시의 반짝 스포트라이트와, 이듬해 내놓은 정규 1집 '클러치백' 이후 대중의 시선에서 잠시 멀어졌다.
그럼에도 하이니는 조용히 그리고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닦아왔다.
그런 하이니의 발걸음이 올해는 유독 바빠졌다. 지난 3월 '빈자리'부터 5월 '침대는 가구다'에 이어 27일 'So Shall We Dance'까지 3곡의 디지털 싱글로 쉼 없이 대중에 문을 두드리고 나선 것. 이 중 'So Shall We Dance'는 올 여름 빼놓으면 아까운 보석 중의 보석이라 자신있게 소개하겠다.

댄서블한 애시드팝 편곡으로 구성된 'So Shall We Dance'는 제리케이의 탄탄한 랩과 하이니의 다이나믹한 보이싱이 어우러진 곡으로, 일렉 베이스 등 일렉트로닉 악기와 트럼펫, 브라스가 만드는 사운드가 도회적이고 펑키한 느낌을 준다.
전반부에 흐르는 "Have you ever danced with the devil on the palemoon?"이란 랩은 팀버튼의 대표작 '배트맨' 속 악당 조커의 유명한 대사다.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인간의 양면성에 초점을 맞춰 지금 이 순간만은 성공에 대한 모든 갈망을 내려놓고 오늘을 즐기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 번 리듬을 타면 고개를 까딱거리며 들지 않을 수 없는 'So Shall We Dance'지만, 이 곡을 통해 단번에 하이니가 떠오르긴 쉽지 않다. 대중의 머리 속엔 여전히 '가질 수 없는 너'가 하이니의 대표곡이기 때문.
'So Shall We Dance' 발매에 앞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 만난 하이니는 "곡의 분위기가 너무 다르니까 '얘가 하이니 맞나' 하시는 것 같기도 하다"며 무덤덤한 듯 진중하게 이같은 시선에 고민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사실 '가질 수 없는 너'가 제일 잘 됐고, 그 노래를 아시는 분이 제일 많아요. 워낙 명곡이니까요. 원곡 가수를 모르는 어린 친구들은 제 노래인 줄 알기도 하더라고요. 그걸 기억해주시니 너무 감사하고 좋은데, '가질 수 없는 너'와 색이 다른 곡을 하니 '얘가 걔야?' 하시는 분도 꽤 있더라고요."
잠시의 공백이라도 생기기가 무섭게 잊혀지기 십상인 작금의 가요계에서 누군가에게 자신을 각인시키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1차적인 생존 전략이다. 어쩌면 제일 쉽게 각인하는 방법은 한 장르를 죽어라 파는 것이겠다. 하지만 하이니는 180도 다른 길을 택했다.
"저를 기억시키기 위해선 대표 장르를 갖고 가는 게 좋긴 하겠지만 제 생각엔, 한 장르만 죽어라 해서 인정받는 것과 여러 장르를 해서 인정받는 게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봐요. '한우물만 파야 한다'거나 '중구난방하면 안된다'는 공식은 없으니까요. 이번 곡이 조명받고 사람들이 하이니가 그동안 해온 음악을 찾아봤는데 다른 음악도 해왔다면 재미있잖아요. 잘 되는 건 타이밍의 문제라서,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는 게 큰 단점이란 생각은 안 해요."
그래서 하이니는 1집 '클러치백'에도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채워넣었고, 이후 시도하고 있는 싱글 프로젝트에서도 곡마다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이어가고 있다. 궁극적으로 자신이 지향하는 보컬리스트의 이상향으로 향하는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보컬리스트'라면 아무 노래나 다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제 욕심이겠죠. 하지만 나만의 매력, 나만의 색으로 어떤 노래라도 다 잘 소화하는 가수가 되는 게 꿈이고, 그러한 가수상에 근접하기 위해 나아가는 중입니다."
누군가에겐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은 곡이지만 언젠가 하이니를 접하고 그의 음악을 찾아볼 그 누군가에게 결코 부끄럽지 않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그동안 내놨던 곡들이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정성 들여 길을 닦고 있었구나 하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빨리 가려고 돌 깔아가며 울퉁불퉁 대충 온 게 아니라 느려도 정성 들여 왔구나 하는 것을요."
걸그룹 홍수 속 데뷔 4년차 '중고신인' 솔로 여가수의 출사표도 덧붙였다.
"솔직히 얼굴은 자신 없는데, 음악은 자신있어요. 비주얼은 몰라도 음악만큼은 자신 있으니까 꼭 들어주세요 하하."

psyon@mk.co.kr/사진 렛잇비[ⓒ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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