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리뷰] 이런 낭만적인 살인사건을 봤나, 뮤지컬 ‘잭 더 리퍼’
입력 2016-07-27 09:16 
[MBN스타 김진선 기자] 뮤지컬 ‘잭 더 리퍼는 휘몰아치는 전개로 한시도 긴장을 놓칠 수 없게 만들며, 극이 진행될수록 애틋하고, 절절한 마음이 녹아드는 작품이다.

2009년 ‘살인마 잭으로 국내 관객들을 찾은 후, ‘잭 더 리퍼라는 제목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는 이 작품은, 베일에 싸여있고 궁금증투성일 수밖에 없는 인물 ‘잭과 그 주변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살려 극의 활기(活氣)를 살렸고, 살기(殺氣)를 더했다.

‘잭 더 리퍼는 1888년 런던의 화이트채플에서 다섯 명의 매춘부가 살해되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미상의 남자를 표현하는 잭(Jack)과 찢다(Rip)에서 연장된 리퍼, 즉 ‘찢는 자라는 뜻으로, ‘칼잡이 잭 ‘면도날 잭 ‘살인마 잭으로 불린다. 피해자는 기록에 따라 수백 명에 이르기도 하지만 모두 대담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시체를 유린했다. 날카롭고 예리한 도구로 사체 해부 및 장기 적출을 자행하는 가 하면, 얼굴을 훼손하지 않지만 장기 일부만 챙기는 엽기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기록됐다.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은 사건들은 다큐멘터리, 만화, 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서도 다뤄질 만큼 많은 이에게 의문의 대상이자, 상상력의 원천이 됐다.

이같이 베일에 싸인 인물을 ‘잭 더 리퍼는 그야말로 숨 막히게 이끌어냈다. 동시에 앤더슨의 사건일지를 펼쳐보듯, 시대와 장소가 소개되는가 하면, 인물들의 전사(前事)를 다뤄 낭만에 젖어있던 런던을 회상하는 등 마냥 복잡하고 미궁 속에 빠질 수 있는 살인사건을 풀어, 관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또 화이트채플 거리, 런던의 클럽, 게임룸, 글로리아 집, 지하 연구실, 취조실 등의 수많은 장소는 쉴 새 없이 전환되는 화려한 무대와 조명으로 극의 상상을 더했다.

특히 페어별로 달라지는 인물들의 분위기는 ‘잭 더 리퍼를 즐기는 이유가 된다. 류정한, 엄기준, 카이 뿐 아니라 살인마 잭 역할인 이창희와 테이 역시 너무나 다른 분위기로, 또 다른 극을 만들어낸다. 카이가 로맨틱하고 부드럽다면, 류정한은 침착하지만, 알 수 없는 미묘함이 느껴지는 다니엘이다. 이창희가 살기등등하고 비열한 잭이라면, 테이는 젠틀하지만 잔혹한 잭 느낌이다. 글로리아 김예원은 절절한 감정으로 극의 애절함을 더해, 호흡에 대한 아쉬움을 상쇄시켰다.


안타까운 사랑에서 기인한 잔혹한 살인사건답게, ‘잭 더 리퍼는 인물들의 감정을 내세워 낭만적으로 표현했다. 다니엘의 로맨틱한 대사부터, 폴리와 앤더슨의 만남 등, 잔혹한 피비린내 사이로 달콤한 사랑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귀를 울리는 오케스트라의 풍부함은 ‘잭 더 리퍼에 집중을 더한다. 관객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면서 다시 무대에 오른 작품이지만, 더욱 쫀쫀해진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10월9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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