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집단소송제 발의 소식이 전해지자 기업 관계자들의 ‘결국 올 것이 왔다‘며 탄식을 쏟아냈다.
지금까지 집단소송은 증권 거래 과정의 집단적 피해에 대해서만 가능했다. 26일 발의된 법안에서는 제한 규정을 없앴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대상이 된 것. 또 법안이 통과되면 피해자의 몫이던 피해 사실에 대한 입증을 이제는 가해자가 해야 한다. 만일 소비자가 주장하는 피해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기업은 책임을 져야 한다. 또 대표 소송의 결과가 소송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소비자에게 적용(옵트아웃·opt out)된다.
소비자 보호라는 목표는 공감하지만 기업들이 걱정이 큰 것은 무엇보다 소송의 남발 가능성이 높아서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소송을 통제할 수 없는 수단이 없어 기업 상대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해외에서도 집단소송제의 경우 제도의 기능이 강해질 수록 소송 남발의 위험성이 커질 수 밖에 없어 소송 대상 등에 제한을 두고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팀장은 일본의 경우 지정된 14개 소비자단체만이 집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미국은 연방법원에서 처리토록 하는 등 통제수단을 두고 있다”며 현재 발의된 법안은 브레이크는 없고 엑셀레이터만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집단소송법이 제한적으로 도입된 증권업계서도 관련 집단소송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가해자가 잘못 없음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피해자 주장이 진실로 인정받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주가연계증권(ELS) 등으로 손실을 입어도 복잡한 상품 구조 때문에 소송 제기가 쉽지 않았다.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 변호사는 포괄적 집단소송법이 도입되면 피해자의 개략적인 주장에 대해 가해자가 구체적 입증을 해야해 소송이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을 악용하는 사례도 늘 수 있다. 대기업 임원은 소송이 제기되면 기업의 평판에는 직적접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기업을 골탕먹이기 위한 ‘기획 소송 등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걱정했다.
소송의 가능성이 높아지면 그만큼 소송에 대비하기 위한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들이 경우 위험을 줄이기 위해 보험 가입을 늘리고 법률 전문가를 고용하는 등의 대응에 나설 수 밖에 없다”며 본질적인 경쟁력과 상관없는 비용의 지출은 결국 소비자의 비용 부담 증가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미국 상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 제조업체의 경우 인건비(전체 비용 대비 17.5%)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4.5%를 집단 소송을 비롯한 법률 관련 비용이 차지하고 있다.
일각에선 소비자보다 변호사들이 혜택을 보는 법안”이란 설명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001년 파손된 비디오테이프에 대한 비디오렌탈업체의 벌금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제기된 집단소송에서 승소한 소비자들이 1달러 쿠폰을 지급받았으나 변호사들의 수임료는 925만달러에 달해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기업들이 민·형사상 처벌 및 규제 등을 통해서 불법행위를 통제하는 상황에서 집단소송까지 도입한 것은 ‘과잉 규제라고 말했다. 옵트아웃 규정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대표소송의 결과에 따라 모든 피해자가 영향을 받게 되는 옵트아웃은 피해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
[정욱 기자 / 박승철 기자 /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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